산더미처럼 쌓인 `가계 빚'에 사람들이 지갑을 닫고 있다. 그렇다고 당장 경제위기가 올 것으론 보이지 않는다. 가계 변제능력과 재무건전성이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앞으로다. 고령화로 사회로 가면서 가계 생산력이 후퇴하고 자산비중이 절대적인 부동산 값이 계속 내려가면 작은 충격에도 쉽게 허물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가계부채 증가세가 지속될 경우 채무부담 증가→내수 위축→소득 축소→ 채무부담 증가의 악순환이 계속되면서 실물경제가 쪼그라들고 외부충격에 취약해진다는 것이다.
22일 한국은행이 내놓은 `부채경제학과 한국의 가계 및 정부부채' 보고서에 따르면, 가계부채에 금융위기 수준의 충격을 준 시뮬레이션을 해보니 가계부채가 단기간에 크게 부실화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결과가 나왔다.
여기서 글로벌 금융위기 정도의 충격은 금리 0.8%p 상승, 소득 1.8% 감소, 부동산가격 2% 하락 등의 변수를 말한다.
이런 상황에도 가계의 채무상환 부담과 재무건전성이 크게 악화돼 경제위기로 가진 않는다는 말이다.
그러나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박양수 한은 계량모향부장은 "최근 들어 저신용·저소득 계층에 대한 대출확대, 다중채무자 급증 등 가계부채의 질이 악화됐다"며 "금융기관 건전성 악화와 시스템적 리스크 증가 가능성이 점차 확대됐다"고 말했다.
즉 고금리 가계부채와 과다부채가 늘었다는 뜻이다. 부채가 늘어나면 소비도 늘어나지만, 과도한 부채는 경기진폭을 확 늘려버린다는 게 박 부장의 지적이다.
박 부장 등 한은 연구진은 지난 1991년부터 지난해 2분기까지 이자상환비율의 시계열을 분석해 부채가 소비를 위축시키는 크리티컬 포인트(임계치)를 추정해냈다.
가계 가처분소득 가운데 부채에 대한 이자지급액이 차지하는 비율이 2.51%를 넘을 경우 소비가 위축된 것으로 나타났다. 반대로 이 수준을 넘지 않으면 부채가 늘수록 소비도 늘어났다.
우리나라 가계부채는 외환위기 당시였던 1998~2000년까지 임계치를 넘었으며, 이후 기준을 하회하다 최근인 2009년 3분 이후 지속적으로 넘고 있다. 다만 최근 가계부채 연착륙 대책이후 한계에 근접하며 내리막길을 타고 있다.
그만큼 점차 소비가 살아날 가능성도 반비례해 높아지고 있는 셈이다.
박 부장은 "2009년 3분기 이후 부동산 가치가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저신용 저소득자를 대상으로 한 고금리 대출이 늘어난 것이 소비를 위축시킨 것"이라며 "하지만 정부의 가계부채 연착륙 대책 이후 가계부채는 점차 개선되고 있다"고 말했다.
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