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백화점 등 대형유통매장에 '중소기업 우수제품 전용매장' 설치를 권고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통업계는 공정위의 행위에 대해 수용 불가 입장을 드러냈고 전문가들 역시 공정위가 월권 행위를 하고 있다며 비난했다.
하지만 공정위 측은 강압적인 권고안이 아닌 단순히 검토사항일 뿐이라고 해명했지만 최근 공정위가 판매수수료 인하 등 압박강도가 강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유통업계로서는 검토사항이 아니라 일종의 강제사항으로 받아들여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8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달 말 롯데백화점, 현대백화점, 신세계백화점 등 빅3와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 등 대형마트3사에 중소기업 제품 전용 판매관인 '히트 500플라자' 상설매장 개설을 검토해 달라는 내용의 전자우편을 보냈다.
전자우편에는 입점할 81개 중소기업에 대한 소개와 제품별 이미지, 가격 등의 목록도 포함됐다. 이 전자우편은 공정위가 작성한 것이 아니라 중소기업유통센터가 작성, 공정위가 업계에 전달한 것이다.
유통업계는 공정위의 이번 요구에 대해 다소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명확히 했다.
백화점 관계자는 "유통업체들은 현재도 경쟁력있는 중소기업들을 발굴하고 있는데 전용매장을 두어 선택권을 제한하고 자격이 안되는 브랜드들이 들어올 수 있기 때문에 우려된다"며 "옥상옥으로 전용매장을 설치한다는 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또 업계는 공정위가 월권 행위를 일삼고 있다고 지적했다. 공정위가 업계에 판매수수료를 조사하겠다고 공표한 만큼 중소기업 제품 전용 판매관 검토안은 그 자체로 업계에 또 하나의 압력으로 받아들여 진다는 것이다.
더욱이 김동수 공정위원장이 9일 유통업체 부사장들과 간담회를 가지기로 예정돼 있어 '사실상 압력행사'라고 볼멘소리를 냈다.
하지만 공정위 측은 이번 검토안은 말 그대로 검토일 뿐 아무런 강제적인 권고가 없다고 설명했다. 또 간담회 역시 중소기업 제품 전용관 관련 논의가 아니라 판매수수료 인하가 주된 목적이라고 덧붙였다.
또 중소기업유통센터의 상위기관인 중소기업진흥공단의 한 관계자는 "이번 중소기업 제품 전용관 검토안이 많이 와전된 것 같다"며 "최근 김 위원장과 함께 백화점을 방문했을 때 중소기업 제품 전용관이 있으면 소비자들에게 중소기업 제품을 좀 더 쉽게 알려 중소기업에게 큰 힘이 될 것이라고 생각해 (김 위원장에게) 건의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공정위와 유통센터 등의 관계자의 발상이 시대착오적이라고 지적했다.
이름을 밝히기 꺼린 한 전문가는 "단기적으로 보면 백화점 등에 중소기업 제품 전용 판매관을 설치하면 매출 증대 등으로 이어져 가시적인 효과가 나타날지도 모른다"면서도 "하지만 잊지말아야 할 것은 기존에 입점해 있는 중소기업들에 대한 형평성을 다시 한 번 생각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먹이를 잡아주는 것이 아니라 먹이를 잡는 법을 알려줘야 한다는 말이 있듯이 (중소기업 제품 전용 판매관) 입점도 좋지만 중소기업의 능력을 키워주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