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체감경기가 한 달만에 다시 얼어붙었다.
그리스발 유럽 재정위기에 이어 국내업체의 최대 수출시장 중국이 경제 둔화조짐을 보이고 있는 데다 국제유가 상승에 따른 수출경쟁력 약화 등으로 체감경기가 싸늘하게 식어가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매출액 기준 6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6월 기업경기실사조사(BSI)'에 따르면 6월 전망치는 98.3로 한 달만에 기준치 100을 밑돌았다.
전경련 5월 BSI는 104.7을 기록해 경기회복 기대감을 높였다.
BSI는 100 이상이면 경기가 지난달에 비해 호전될 것으로 예상하는 기업이 더 많은 것을 의미하고 100 미만이면 그 반대다.
부문별로 살펴보면 투자(99.1), 자금사정(99.3), 채산성(99.3)은 100 이하에 머문 반면 재고(105.2), 고용(103.0), 내수(105.6), 수출(108.0)은 100 이상을 웃돌았다.
업종별로는 경공업(84.8)을 포함한 중화학공업(98.4)과 제조업(95.5)은 부진할 것으로 보이지만 서비스업(102.2)은 호전될 전망이다.
6월 BSI 전망치가 100 이하인 것은 △중국과 유럽경제의 부진 △이란산 원유수입 중단 위기에 따른 고유가 △공공요금 인상 움직임 △주택시장 침체△가계부채 위협 등 내수부진에 기업들이 우려하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유럽은 최근 당선된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이 성장정책을 강조해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이 지금껏 추진해온 긴축공조가 크게 뒤흔들리고 있다.
주요 8개국(G8) 정상들이 지난 18~19일 미국 메릴랜드주 대통령 별장(캠프 데이비드)에서 정상회의를 갖고 그리스발 유럽 재정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긴축과 성장을 병행하는 방안을 찾기로 확인했지만 구체적인 정책에 대해서는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
또한 그리스가 유로존을 탈퇴해 디폴트(채무불이행)를 선언할 가능성이 크고 스페인이 부실 저축은행 여파로 금융권 부실채권(NPL) 규모가 1479억유로(219조원)로 지난 1994년 9월 이후 18년만에 최고인 점도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유럽 재정위기로 국내 증시에서 유럽자금이 이탈하고 원화가치가 급락해 향후 기업의 자금조달 및 채산성 악화가 우려되기 때문이다.
주요 교역국인 중국의 경기부진도 국내 경제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중국은 4월 산업생산 증가율이 9.3%로 3년 만에 처음으로 한 자릿수로 떨어지는 등 경기가 빠른 속도로 하강하고 있다.
또한 중국은 최대 무역파트너 유럽이 경기침체에 빠져 수출은 전년동월대비 4.9% 증가하는데 그쳐 올해 목표치 10% 증가에 빨간불이 켜졌다.
설상가상으로 중국 국가정보센터(SIC)는 중국 2분기 경제성장률을 마지노선인 8%를 밑도는 7.5%로 예상하고 있다.
이에 따라 중국정부가 지난 2005년부터 줄곧 고수해온 '바오바(保八: 성장률 8% 이상 유지)' 정책이 휴지조각이 될 처지에 놓이게 됐다.
이와 함께 유럽연합(EU)이 오는 7월 1일부터 이란산 원유를 운송하는 유조선에 대해 유럽 보험사의 보험 제공을 중단하기로 함에 따라 이에 따른 국내 유가 상승이 우려되고 있다.
전경련 관계자는 "고유가는 전기요금 인상 움직임, 환율 급등과 함께 물가 불안을 야기하는 대표적 요인"이라며 "국내 부동산 경기침체가 지속되면서 4월말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연체율(0.79%)이 5년6개월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가계부채가 심각한 점도 기업들이 경기전망을 어둡게 보는 주된 이유"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