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 현대차그룹, SK그룹 등 10대그룹이 지난해 국내 스포츠 발전을 위해 정부 체육예산의 절반에 가까운 '통 큰' 돈을 썼다.
특히 이들 그룹은 이른바 비인기 종목에 1325억원을 지원해 국내 비인기 종목 발전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회장 허창수)는 14일 "국내 주요 기업들이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의 하나로 국내 스포츠 활성화를 위한 지출을 크게 늘려왔다"며 "전경련이 10대 그룹의 지난해 스포츠 지출을 조사한 결과 이들 기업이 4276억원을 지출했는데 이는 지난해 문화체육관광부의 체육예산 8403억원의 절반에 달하는 규모"라고 설명했다.
세부 내용을 살펴보면 10대 그룹은 프로스포츠 선수단 운영에 2951억원을 투입했고 비인기종목에 1325억원을 지원했다.
이번 조사는 2012 런던올림픽 대회(2012년 7월 27일~8월 12일)을 40여일 앞두고 국내 스포츠 분야에 대한 주요 대기업의 지출현황을 점검하기 위해 실시됐다.
10대그룹은 야구, 축구, 농구, 배구, 골프, 바둑 등 6대 프로스포츠 종목에서 27개 프로팀을 운영해 지난 한 해동안 총 2951억원(전체의 69%)을 지출했다.
또한 이들 그룹은 비인기 종목에 대해 전체 예산의 31%인 1325억원을 후원해 비인기 종목 '지원군' 역할을 톡톡히 했다.
10대그룹은 70~80년대 탁구, 레슬링, 양궁, 90년대 태권도, 배드민턴에 이어 2000년대 육상, 사격, 수영 등 18개 비인기종목에서 23개 실업팀을 만들어 운영하는 등 이들 종목 발전의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했다.
이는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 종목 가운데 국내 프로팀이 없는 비인기종목 32개의 절반 이상을 10대그룹이 지원해온 셈이다.
전경련 관계자는 "10대그룹이 육상, 빙상, 양궁, 체조 등 10개 종목협회 회장직을 맡고 있다"며 "지난 2010년말 기준으로 10대 그룹이 협회장으로 활동중인 스포츠단체에 찬조한 금액은 140억원이며 이는 그 해 협회 총 수입액 489억원 가운데 약 30%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은 지난 1997년부터 국내 빙상 발전을 지원하고 있으며 지난 2010밴쿠버동계올림픽에서 우리나라가 종합 5위를 차지하는데 디딤돌이 됐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1985년부터 대한양궁협회 회장을 맡아 지원했으며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이 1997년부터 뒤을 이어 27년째 양궁선진화에 힘쓰고 있다.
최태원 SK그룹회장은 지난 2008년 대한핸드볼협회장에 취임한 이후 지난해 434억원의 예산을 지원받았다. 이를 통해 국내 최초 핸드볼전용경기장을 설립하고 올해 1월 해체 위기에 놓인 용인시청 여자핸드볼팀을 인수해 실업팀을 창단했다.
이밖에 허창수 GS그룹 회장은 1998년부터 15년째 축구단 구단주를 맡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국내 기업이 비인기 종목을 적극 지원하는 점은 고무적"이라며 "그러나 이들 기업의 스포츠 지출이 대부분 마케팅비용으로 회계처리돼 기업의 사회공헌이 과소평가 받고 있다"며 아쉬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