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진출한 외국계 기업 10곳 가운데 7곳은 향후 조세정책의 방향이 증세 기조로 바뀌면 한국에서 철수할 수도 있다고 의사를 나타냈다.
25일 대한상공회의소(회장 손경식)가 최근 외국계기업 160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국내 조세환경에 대한 인식 조사' 결과에 따르면, 향후 조세정책 방향이 증세 기조가 되면 사업체 철수 의향을 묻는 질문에 69.0%가 '경영 부담이 커지면 철수도 신중히 고려할 수 있다'고 응답했다.
또 59.8%는 국내 조세환경이 본국보다 열악하다고 답했다. 본국과 비슷한 수준이라는 답변은 29.7%, 본국보다 나은 수준은 11.4%로 집계됐다. 국내의 기업 관련 조세환경에 대해서는 응답기업의 48.0%가 미흡하다고 답했다.
한편 대다수의 외국계 기업들은 법인세율 인하, 연구개발(R&D) 세제지원 확대 등 현 정부가 실시했던 감세정책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감세정책이 기업의 경영성과에 미친 영향은 긍정적이 76.6%, 부정적이 2.5%로 조사됐다.
또 최근 정치권에서 제기되는 각종 증세 관련 논의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의견이 많았다. 소득세율 인상안, 법인세율 인상안, R&D 등 비과세 혜택 축소안 등에 대해 각각 82.2%, 78.5%, 75.0%의 기업이 부정적으로 답했다.
대한상의는 "낯선 환경에서 사업을 수행하는 외국계 기업의 특성상 조세정책 방향이 감세기조에서 증세로 급선회하는 것에 대해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것 같다"며 "외국계 기업의 투자유치를 위해서라도 조세정책의 안정성과 예측가능성을 높이고 기업 관련 증세는 최대한 지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세정책 및 조세행정 관련 애로사항은 가장 많은 기업이 잦은 세법 개정(57.0%)을 꼽았다. 이어 불명확한 세법해석의 어려움 21.9%, 정부 정책의 일관성 부족 12.5%, 외국인 전담인력 부족 7.5%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조세분야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정책과제로는 조세정책의 일관성 유지가 31.6%로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 각종 규제 및 절차의 선진화 25.3%, 법인세 감면 등 조세지원 24.7%, 외국인 및 외국법인에 대한 전담인력 양성 15.8% 등의 순으로 답했다.
전수봉 대한상의 조사1본부장은 "외국계 기업은 자본투자, 일자리 창출 등을 통해 한국 경제의 성장과 산업 경쟁력 강화에 크게 기여해왔다"며 "정부는 외국계 기업이 국내에서 보다 활발하게 투자하고 기업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조세감면, 조세행정 선진화 등 정책적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