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체감경기가 지난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악의 수준으로 곤두박질하고 있다.
유럽발 재정위기와 미국 경기침체, 우리나라 최대 수출대상국 중국의 경기악화 등 '3박자'로 모든 대외여건이 나빠지면서 우리나라 수출이 큰 타격을 입고 있기 때문이다.
수출과 함께 경기를 뒷받침해야 할 내수 부문도 부동산 침체와 가계부채 급증으로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처럼 극심한 경기침체로 국내 600대 기업이 느끼는 체감경기는 급속하게 얼어붙고 있다.
이에 따라 '상저하고(上低下高)'의 경제전망은 '상저하저(上低下低)'로 이미 바뀐 상태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매출액 기준 6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기업경기실사지수(BSI)를 조사한 결과 8월 전망치는 82.7로 집계됐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한창 진행중이던 2009년 3월(76.1) 이후 최저치다.
기업이 느끼는 체감경기를 나타내는 BSI는 향후 경기흐름을 미리 가늠해볼 수 있는 대표적인 경기선행지수다.
BSI는 100을 기준으로 이보다 낮으면 경기악화를 예상하는 기업이 호전될 것으로 보는 기업보다 많다는 뜻이며 100보다 높으면 경기호전을 예상하는 기업이 더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스페인이 전면적인 구제금융을 요청할 가능성이 커지는 등 유럽 재정위기가 다시 고조되면서 기업들이 수출부진을 우려한 결과로 풀이된다.
오랫동안 세계경제 발목을 잡아 온 유럽 재정위기는 최근 더욱 심각해지는 양상이다.
스페인은 은행 부실채권에 이어 지방정부의 채무불이행 문제까지 제기되면서 전면적 구제금융을 받을 것이란 관측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이에 따라 스페인의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스페인과 함께 지방정부 재정난을 겪고 있는 이탈리아는 지난 13일 무디스로부터 국가신용등급이 2단계 강등되는 수모를 당했다.
스페인과 이탈리아 등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위기가 고조되면서 그동안 무디스로부터 최고 신용등급(Aaa)을 받아온 독일마저 등급 전망이 ‘부정적’으로 하향되는 등 유럽 전체가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국수출의 25%를 차지하고 있는 중국경제의 경착륙 우려도 우리기업을 긴장시키고 있다.
중국은 2분기 경제성장률(7.6%)이 지난 2009년 2분기(7.9%) 이후 3년만에 7%대로 주저앉았다.
이에 따라 중국경제의 고속성장을 상징해 온 '바오바(保八:8%이상의 경제성장률)신화' 가 무너졌다.
이와 관련해 원자바오 중국총리는 최근 "중국경제가 당분간 어려움을 겪을 것이며 노동자 취업을 보장하기가 더욱 힘들어졌다"며 "고용안정을 위해 더 큰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밝혀 중국경제의 경착륙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