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 공공요금, 전세값, 유가 등 물가 상승 압력이 전방위로 높아지며 서민경제가 위기를 맞고 있다.
특히 홍수와 폭염 등 기상이변으로 국제 곡물가격이 급등할 조짐을 보이며 애그플래이션(기상이변으로 인한 곡물가 급등)이 앞으로 국내 물가를 끌어 올리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분석된다.
시중에 공급되는 과다한 자금도 물가 불안을 불러올 것으로 우려되고 있는 상황이다. 수출 급락, 내수 침체, 투자 부진이라는 3각 파고에 직면한 국내 경기를 살리기 위해 금리를 내릴 것이 기정 사실화돼 있다.
물가상승의 주요 요인인 유가도 하락추세에서 벗어나 최근 상승세를 보이며 물가상승을 부채질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대선 이후인 내년에는 물가 상승세가 더욱 확대될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이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물가 상승을 가져올 대내외 요인들이 최근 한꺼번에 몰려오면서 서민경제는 탈출구가 보이지 않는 지경에까지 몰린 형국이다.
◇ 밥상 물가, 다 올랐다
가공식품 업계는 원재료, 임대료, 인건비, 물류비, 포장비 등의 가격 인상을 이유로 줄줄이 가격 인상을 단행하고 있는 중이다.
라면, 음료, 과자, 맥주, 참치캔, 즉석밥, 커피음료 등의 가격이 일제히 올랐다.
이달 들어서만 CJ제일제당(햇반, 다시다), 오비맥주(맥주), 팔도(라면), 삼양식품(라면), 농심(새우깡), 롯데칠성음료(사이다 등 음료), 동원F&B(참치캔), LG생활건강(콜라 등 음료), CJ푸드빌(투썸 커피음료), 오뚜기(즉석밥) 등 10여개 업체가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
특히 가공식품의 원료가 되는 밀, 옥수수, 대두 등 국제 곡물가가 하루가 다르게 치솟으며 에그플레이션(곡물가격이 상승하는 영향으로 일반 물가가 동반 상승하는 현상)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농촌경제연구원은 미국·러시아 등의 기상이변으로 촉발된 국제 곡물가격 상승으로 빵, 과자 등의 원료가 되는 밀가루와 옥수수 가루 가격이 연말, 2분기보다 각각 27.5%, 13.9% 급등할 것으로 예상했다. 식물성 유지와 쇠고기, 돼지고기 가격에 영향을 미칠 사료도 각각 10.6%, 8.8%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여기에 폭염, 적조 등 이상기온으로 채소, 수산물 등의 가격도 급등하고 있다.
농수산물유통정보에 따르면 17일 소매가격 기준 건고추는 600g(화건, 상품) 1만5900원으로 평년에 비해 두배 수준을 보이고 있으며 지난해보다 40%나 가격이 뛰었다.
시금치 가격도 1kg 8584원으로 한달 전보다 50%나 가격이 급등했다. 양배추도 1포기 3636원, 오이는 10개 기준 6920원으로 한달 전보다 약 40%가량 가격이 오른 상태다.
배추 가격은 1포기 2970원으로 보합세를 보이고 있으나 농가의 가을배추 재배의향 면적이 지난해보다 감소할 것으로 분석되며 김장철 배추 가격에 대한 우려가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 공공 요금도 줄줄이 인상
전기·도시가스·수도·교통 요금도 줄줄이 인상되고 있다.
전기 요금은 지난 6일부터 평균 4.9%, 산업용은 6% 인상돼 적용되고 있다. 도시가스 요금도 6월 30일부터 평균 4.9% 인상됐다. 전기 요금과 도시가스요금은 연료비 상승 압박에 따라 연내 추가 인상 능성이 전망되고 있다.
노후관 교체 등 신규투자 재원을 마련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 물값(수도 요금)도 올려야 한다는 요구도 나오고 있다.
택시와 시외버스요금도 이르면 연내에 오를 전망이다.
국토해양부는 최근 전국 시도별로 택시 요금 인상안이 접수돼 각 지방자치단체들이 인상시기와 폭을 조율중이다.
2008년에서 2009년 중에 한 차례 인상된 이후 아직 조정되지 않은 택시 요금은 기본요금 2200~2400원 수준에서 최고 3000원이 넘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시외버스 요금도 올해 말까지 일반 완행버스와 직행버스는 10% 안팎, 고속버스는 5% 정도 오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항공비도 최근 인상됐다. 대한항공이 지난 달 18일 국내선 일반석 운임을 평균 9.9% 올인데 이어 아시아나항공도 이달 3일부터 국내선 운임을 평균 9.9% 올렸다. 저가 항공사들의 가격 인상도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 유가도 불안한 상태다.
유가정보사이트 오피넷에 따르면 17일 기준 전국 주유소의 휘발유 평균가격은 1973.95원으로, 한달만에 80원 넘게 올랐다. 두바이유가가 8월 들어 가파른 가격 상승세를 타고 있어, 당분간 국내 기름값도 수그러들지 않을 전망이다.
◇ 전세값도 '꿈틀'
가을 이사철을 앞두고 전세값도 꿈틀대고 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주 서울의 아파트 전세값은 지난해 10월 셋째 주 이후 10개월 만에 상승세로 돌아서며 전주보다 0. 01% 올랐다. 재건축 단지가 집중된 송파·서초구 등 강남권 지역을 중심으로 국지적 전세난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최근 전세보다 월세 비율이 점차 높아지고 있는 점도 내집없는 서민들의 가계부를 더욱 옥죄는 요인이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