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대기업의 일감 몰아주기 행태가 지난해보다 개선되기는커녕 되레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총수 일가가 많은 지분을 갖고 있는 대기업 계열사일수록 일감 몰아주기로 인한 매출이 높았다.
이에 공정거래위원회는 "내부거래 증가는 일감 몰아주기 등 불합리한 거래관행이 지속될 개연성이 상존한다"고 평가했다.
공정위는 30일 지난 4월 기준 삼성, 현대차 등 46개 대기업집단(1373개사)의 계열사간 내부거래현황을 발표했다. 내부거래란 계열사간 상품이 오가거나 인력을 지원해주는 것을 말한다. 공정위는 지난해 처음으로 이 같은 내부거래현황을 공개했다.
공정위 분석에 따르면 46개 대기업집단의 내부거래 매출액은 186조3000억원으로 전체 매출(1407조2000억원) 가운데 13.2%를 차지했다. 이는 지난해 비중보다 1.2%p 증가한 수준이다. 내부거래 금액 역시 전년보다 41조6000억원(28.7%) 늘어났다.
대기업은 지난해 일감 몰아주기 등의 백태로 사회 각계의 지탄을 받았으나 내부거래 비중이 오히려 높아진 것은 사회적 지탄에 대해 귀를 닫은 것으로 볼 수 있다.
또 총수 일가 지분율이 높은 회사일수록 계열사간 거래에 의한 매출 비중이 컸다. 삼성, 현대차, SK 등 총수 있는 대기업 상위 10개 집단의 평균 내부거래비중은 14.5%로 나타났다. 총수 일가의 지분율이 30% 이상인 계열사의 내부거래비중은 19.19%로 30% 미만인 계열사의 비중보다 6.06%p 높았다. 50% 이상은 27.99%, 100%는 46.81%로 총수 일가 지분율이 높을수록 내부거래비중은 급속도로 늘어났다.
대표적인 대기업이 현대차그룹이다. 정몽구 현대차 회장의 아들인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이 막대한 지분을 가지고 있는 현대글로비스(31.88%), 현대엠코(25.6%) 등의 내부거래 비중은 각각 45.18%, 56.50%로 나타났다. 또 정 회장 등 총수일가 지분이 100%인 현대차의 광고대행사 이노션 역시 47.69%로 높았다.
내부거래금액은 지난해에 이어 삼성이 34조원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SK(33조원), 현대차(32조2000억원), 포스코(14조9000억원), LG(14조6000억원) 등으로 상위 5개 대기업의 내부거래금액은 128조6000억원으로 전체 내부거래의 71.4%를 차지했다. 내부거래금액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STX가 27.6%로 가장 높았고 이어 SK(21.29%), 현대차(20.66%) 등의 순이었다.
제조업에 비해 서비스업의 내부거래비중이 높았고 경쟁입찰 등의 방식보다 수의계약이 월등히 많았다. 일감 몰아주기에 관해 비판을 많이 받았던 시스템통합(SI)관리, 물류, 광고업 등의 수의계약 비중은 91.8%로 높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