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헌의 생애 첫 사극 '광해:왕이 된 남자(이하 '광해')'가 올 가을 극장가에서 압도적인 흥행 기세로 개봉 첫 주말 100만 관객 돌파를 코 앞에 두고 있다.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광해'는 15일 하룻동안 44만4000여명 관객을 동원해 박스오피스 1위를 질주하고 있다. 지난 13일 개봉후 불과 3일만에 86만명을 기록해 일요일인 16일 100만 돌파가 확실시 된다. 매출액 점유도이 52.6%로 연일 상승세를 타고 있어 '광해'의 독주는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레지던트 이블 5'가 10만6000명으로 2위를 달렸고 올해 베니스 영화제 황금사자상을 수상한 김기덕 감독의 '피에타'가 6만명으로 3위를 차지했다.
'광해'의 흥행은 언론 시사회 때부터 예견됐던 일이다. 이병헌을 비롯한 류승룡, 한효주, 장광, 김인권 등 주조연들의 한결같은 열연을 비롯해 해학과 감동, 드라마가 넘치는 영화 전개에 호평이 쏟아졌다.
특히, 이민정과의 열애 발표로 연예계 최고 톱커플을 예고한 이병헌은 역시 최고 연기파다운 명연기로 관객들의 찬사를 받는 중이다.
신경질적이며 이기적인 폭군 광해와 시도 때도 없이 방구를 뿡뿡 끼면서 주접을 떠는 광대 하선, 정 반대의 두 캐릭터를 오롯이 한 몸으로 소화했다. 더군다나 생애 첫 사극. '멜로의 달인' '액션의 대가' 평가를 받는 몸짱 이병헌이 선뜻 고를만한 역할이 아니겠다라는 영화계 시각과 달리, 정작 본인은 "시나리오를 정말 재밌게 읽었다"고 출연 이유를 한 마디로 잘랐다.
'광해, 왕이 된 남자' 속에서 배우 이병헌은 사라지고 같은 듯 전혀 다른 광해와 하선만 남는다. 왕과 광대라는 하늘과 땅 차이의 두 인간을 마주 대하면서도 이 둘을 연기한 배우가 하나라는 생각은 영화 초입부에 일찌감치 사라지고 스토리에 몰두하게 만드는 건 바로 배우 이병헌의 힘이다.
또 하나, 그의 목소리. 배우의 연기는 몸으로만 이루어지는 게 아니다. 눈빛과 대사 하나로도 천변만화를 일으키는 게 참된 배우다. 광해와 닮아가는 하선의 말투. 결국 광해를 능가하고 하는 하선의 질타. 다큐멘타라 나레이션으로도 일가견이 있는 이병헌의 목소리와 톤, 감정이입이 아니었다면 정녕 힘들었을 배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