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기업들의 경영상황이 금융위기 이후 가장 나빠진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분기에는 국내 기업들이 1000원어치 팔아 52원을 남겼지만 2분기에는 47원의 수익을 내는데 그쳤다. 이에 따라 열심히 일하고도 대출 이자조차 갚지 못하는 기업이 10곳 중 3곳에 달했다.
한국은행이 국내 상장법인 1539곳과 비상장 주요기업 186곳을 분석해 20일 발표한 '2012년 2분기 상장기업 경영분석'을 보면 조사대상 기업의 성장성과 수익성 지표가 모두 악화됐다.
기업의 매출 증가율은 금융위기 이후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고, 기업의 영업이익도 추락했다.
김영헌 한은 경제통계국 기업통계팀 팀장은 "해외수출여건이 지난 1분기에 비해 더 나빠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기업의 성장성을 나타내는 주요 지표인 매출증가율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3% 증가하는데 그쳤다. 직전 분기(10.5%)보다도 떨어졌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3분기 매출증가율인 마이너스3.0%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총자산증가율 역시 전분기말 대비 0.2% 증가한데 그쳐, 지난 2009년 2분기(-0.5%)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특히 총자산의 경우 제조업의 증가세는 전분기 2.7%에서 0.7%로 둔화됐으며 비제조업은 마이너스0.4%로 감소세로 전환했다.
기업의 수익성도 나빠져 1000원어치를 팔아 47원밖에 남기지 못했다. 기업의 수익성을 나타내는 영업이익율은 4.7%로, 전년 동기(5.7%)보다 1%p 떨어졌다.
우리나라 기업의 영업이익율은 지난해 3분기 5.3%, 4분기 3.7%를 기록했으며 올해 1분기에는 5.2%를 기록했다.
김 팀장은 "해외 경제 여건이 악화되고 내수시장 역시 부진을 이어가면서 국내외 시장의 경쟁이 심화됐다. 이에 기업들이 이익을 낼 여지가 줄어든 것"이라고 풀이했다.
업종별로 보면, 스마트폰의 효과로 전기전자, 자동차 등은 전년동기보다 많은 이익을 냈지만 전기가스, 조선, 금속제품 등의 업종은 수익이 악화됐다.
기업의 영업이익이 줄어들면서 기업들이 대출 이자를 갚을 능력도 나빠졌다.
2분기중 기업의 이자보상비율은 365.5%로, 전년동기(449%) 대비 83.5%p 하락했으며 직전 분기인 418.5%보다도 낮다.
한국은행이 조사한 기업 중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못 갚는 기업의 비중은 지난해 같은 분기 26.4%에서 3.0%p 증가한 29.4%를 기록했다. 10개 기업 중 약 3개이상이 영업이익으로 금융 이자도 갚지 못하는 상황이다.
반면 기업의 안정성은 나아졌다. 기업들이 얼어붙은 경제상황에 몸을 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의 안정성을 의미하는 부채비율은 98.1%로 전분기말(98.1%)보다 소폭 감소했다. 그만큼 외부로부터 투자를 적게 받았다는 뜻이다.
이에 대해 김 팀장은 "경기침체로 기업들이 투자를 유보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며 "기업의 경우 연구·개발에 투자가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경제에 대한 불안감으로 외부차입을 미루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