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로 은행들이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문턱을 높일 것으로 조사돼 중소기업의 자금사정이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4일 한국은행이 산업은행, 수출입은행을 제외한 16개 국내은행을 대상으로 조사해 발표한 '금융기관 대출행태 서베이 결과'에 따르면 중소기업에 대한 은행의 대출태도지수는 전분기 6보다 3포인트 떨어진 3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 2010년 2분기 0을 기록한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올 4분기에는 은행들이 중소기업 대출에 더 인색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유로존 재정위기 등 대내외 불확실성이 높아지면 중소기업의 수익성이 악화될 것이라고 판단, 은행들이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조건을 더 까다롭게 내걸었기 때문이다. 대출태도지수는 0을 기준으로 마이너스로 갈 경우 은행들이 대출 조건을 강화하겠다는 의미를, 플러스는 대출조건을 완화하겠다는 의미를 나타낸다. 특히 오는 4분기 중소기업의 대출수요는 더욱 높아질 전망이여서 중소기업의 자금사정은 지금보다 더 악화될 전망이다. 이날 발표된 보고서를 보면, 중소기업의 4분기 대출수요 전망 지수는 25로 전분기(13)보다 12포인트나 증가했다. 대출수요 전망지수의 수치가 높을수록 경제주체의 자금수요가 그만큼 크다는 것으로 의미한다. 경기 및 내수 위축 등으로 유동성 확보가 원활치 못한 데다 연말 등 계절적 요인으로 운전자금이 필요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에 대해 한은 관계자는 "지난 글로벌금융위기와 비교하면 대출태도가 악화된 것은 아니다"며 "대내외 불확실성으로 위험요소가 있지만 마이너스로 돌아서지 않았기 때문에 은행이 돈을 안빌려주는 상황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한은의 낙관적인 분석에도 불구, 전문가들은 자금이 필요한 기업들이 안전하게 돈을 빌릴 수 있는 은행의 문턱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며 중소기업의 자금난을 우려하고 있다. 대기업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대기업 역시 수출여건 악화와 내수 부진 등 대내외 불안요인이 이어지면서 여유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대출수요가 늘어날 전망에도 불구, 은행의 대출태도는 인색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기업에 대한 은행의 대출태도지수는 전분기 3보다 3포인트 낮은 0으로 집계됐다. 지난 2009년 4분기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반면 가계에 대한 은행의 대출태도는 전분기에 비해 상승했다. 가계주택 대출태도지수는 3으로 전분기(-6)보다 9포인트 나아졌고, 가계일반은 지난 분기 -6에서 3포인트 상승한 -3을 기록했다. 한은 관계자는 "정부의 부동산 대책과 적격대출 취급은행 확대 등으로 주택자금의 대출수요가 늘어날 전망"이라며 "은행의 자금사정 또한 나아지면서 은행이 가계주택자금에 대한 태도가 긍정적으로 돌아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가계일반의 경우 여전히 마이너스 수준에 머물러 있어 가계대출이 개선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가계대출은 지난해 4분기 최저수준(가계주택 -25, 가계일반 -9)으로 떨어졌으며 지난 분기까지 마이너스 행진을 이어왔다. 한편, 은행들이 빌려준 돈을 갚지 못할 위험을 나타내는 신용위험지수는 38로, 2003년 3분기 44 이후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중소기업의 신용위험지수는 내수 부진과 수익성 저조 등으로 전분기 31일보다 13포인트 상승한 44로 나타났다. 대기업 역시 지난 분기 9에서 7포인트 상승한 16을 기록했다. 가계의 신용위험은 38로 전분기 28에 비해 10포인트나 뛰었다. 한은은 "주택가격 하락으로 주택 담보가치가 감소하고 있어 다중채무자 등 취약계층의 채무상환 능력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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