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전격적으로 일종의 '외환 마이너스통장'인 한·일 통화스와프를 추가 연장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은 국제 경제무대에서 더이상 일본에게 끌려가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풀이된다.
엔화를 무기로 외교카드를 만지작거린채 한국을 길들이려는 일본의 속셈에 '한번 해보라'는 식으로 정면 승부수를 던졌다는 분석이다.
정부의 입장이 공격모드로 돌아선데는 국민감정과 경제사정 변화라는 2가지 이유가 숨어있다.
우선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방문이후 유사시 외화를 서로 빌려주는 통화스와프 문제가 양국의 기싸움 내지 감정싸움으로 번지면서 정부의 선택권이 좁아졌다.
일본 정부는 700억 달러 규모의 한·일 통화스와프 연장안을 공공연히 여론에 흘리면서 우리 정부를 전방위로 압박해 왔다.
지난 2일엔 급기야 통화스와프를 연장해 줄순 있지만, 한국이 먼저 요청하는 수순을 밟으라고 요구했다.
우리나라가 꼬리를 내리면 협정을 연장할수 있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중단하겠다는 뜻이다.
한마디로 좋은말로 할때 알아서 고개를 숙이고 들어오라는 얘기다.
최근 경제 상황 역시 굳이 한일 통화 스와프 연장을 '구걸'할 필요가 없는쪽으로 전개되고 있다.
한달새 세계 3대 신용평가사로부터 우리 국가 신용등급이 잇달아 격상된데다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지난 5일 연중 최저치를 찍을 정도로 원화 멧집이 세졌다.
외환보유액이 3169억 달러에 이른데다 미국 추가 양적완화조치로 외국돈이 국내 투자시장에 썰물처럼 밀려오는 상황에서 일본에 아쉬운 소리를 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의 '예고된' 입장변화는 일본과의 향후 협상과정에서 몸값을 끌어올리기 위한 기선잡기용 놀이패라는 분석도 있다.
정부는 10월말 스와프 연장시한을 앞두고, 이번 주 일본 도쿄에서 개막하는 국제통화기금(IMF) 총회에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을 파견해 막후 절충에 나설 예정이다.
한·일 양국은 지난해 유럽발 경제위기가 시작되자 기존 130억달러 정도였던 통화스와프를 700억 달러로 확대했다. 일단 1년 기한으로 추후 연장하기로 합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