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소비자들의 자동차 구매 트랜드가 바뀌고 있다. 예전에는 '애국심'으로 똘똘뭉쳐 무조건 '국산'을 외쳤던 이들이 이제는 비슷한 가격대면 품질 좋은 수입차를 찾고 있다. 이는 수입차들이 가격을 낮추고 품질을 높이는 반면 국산차들은 품질 개선은 미진한 채 가격만 올리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이같은 '실속형' 소비패턴은 판매실적으로 그대로 드러났다. 지난 9월 수입차는 1만2000대 넘게 팔리며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한데 비해, 내수시장을 '철밥통'처럼 여기던 국내 완성차 업계는 4개월째 내수 판매에서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지난달 수입차 신규등록대수는 전월 등록 대수보다 14.6%, 전년 동월보다 20.6% 각각 증가한 1만2123대로 집계됐다. 이로써 국내 수입차 등록대수는 7개월 연속 1만대를 돌파한 것이다. 올해 수입차 누적 판매대수는 9만5706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7만9694대보다 20.1% 증가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이와 같은 추세의 주요 원인으로 '똑똑해진 소비자'를 꼽았다. 예전에는 소비자들이 구매 대상으로 무조건 '국산차'를 꼽은 반면 최근 소비자들은 수입차와 국산차를 꼼꼼히 비교해보고 구입한다는 것이다. 수입차 한 관계자는 "국산 브랜드들이 새로운 모델을 낼 때마다 가격이 오른 반면 수입차들은 가격 거품을 빼고 있다"며 "최근 연비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고연비' 모델을 중심으로 수입차를 구매하려는 소비자도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올해 수입차 중에서 가장 많이 팔린 모델은 총 5761대가 판매된 BMW의 '520d'다. 이는 공인연비가 19.9km/l(구연비기준)에 달하는 고연비 모델이다. 두 번째로 많이 팔린 모델도 하이브리드 모델이 포함된 토요타의 '캠리'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수입차의 점유율은 시간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며 "소비자들이 수입차에 대한 벽을 허물고 적당한 가격의 높은 품질을 보이는 수입차에 대한 구매를 늘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수입차 한 딜러는 "수입차들의 높은 품질과 연비 등을 고려해보면 국산차보다 돈을 조금 더 주더라도 몇 년뒤에는 이익이다"며 "최근에는 최고급 세단보다는 연비도 좋고 스타일도 좋은 차량에 대한 수요가 많다"고 말했다. 반면 국산 완성차 브랜드들은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국내 완성차 업계(현대차·기아차·한국지엠·르노삼성차·쌍용차)에 따르면 이들의 지난달 내수 판매는 전년 동월 대비 6.6% 감소한 11만5811대를 기록했다. 국내 완성차 브랜드 5개사는 지난 6월부터 4개월 연속 내수 시장 부진을 지속한 것이다. 국내 완성차 업계는 올해 상반기 내수시장에서 64만8935대를 판매해 73만대 넘게 팔았던 지난해보다 6.0%나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에 따라 올해 국내 완성차 브랜드의 9월까지 누적판매 대수는 97만1715대로 지난해보다 11.6%나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는 이와 같은 부진에 대해 △국내 경기 악화로 인한 자동차 산업 부진 △상반기 신차 부족 △태풍 등 기상악화로 인한 생산 차질 △노조 부분 파업으로 인한 생산 차질 등을 원인으로 꼽았다. 업계 한 관계자는 "상반기에 해외 경기 악화로 인해 국내 경기까지 안좋아져 자동차 산업이 전반적으로 침체된 것이 내수 부진의 가장 큰 원인"이라며 "게다가 올해는 태풍과 현대·기아차 노조의 부분파업 등도 내수 전체 판매에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신차 효과가 이제 서서히 나타날 것으로 보여 하반기 시장은 전망이 밝다"고 덧붙였다. 기아차 관계자는 "지난달 부진은 '모닝', 'K5' 등 주력 모델의 판매가 부진했던 탓"이라며 "절대적인 판매수치가 낮은편이 아니고 'K3' 등 신차 효과로 전체적인 볼륨은 앞으로 커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르노삼성차 관계자는 "뉴SM3 구매층이 'K3'와 비교 후 구매하기 위해 'K3' 출시를 기다리면서 약 보름간 판매가 부진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10월 이후가 진짜 승부처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금융투자업계는 자동차 업계의 최근 판매 부진이 4분기에도 계속 될 것으로 전망했다. 한 애널리스트는 "올해 2분기 부터 자동차 산업이 전체적으로 침체에 빠졌다"며 "특히 내수 시장은 6월 이후로 4개월 연속 부진한 실적을 보이고 있고, 신차 효과 역시 미진할 것으로 보여 4분기 판매 실적 전망이 밝지 만은 않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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