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 등 유통업체들이 '반값' 제품을 연일 쏟아내고 있다. '반값'으로 판매하는 품목도 식품과 패션, 화장품, 전자제품 등 생활용품 전반으로 확대되는 분위기다.
불황기 '반값' 제품들은 소비자들 입장에선 환영할만한 소식이지만, 유통망을 독식하다시피하는 대형마트들의 잇달은 '반값' 제품이 자칫 골목상권 침해에 이어 군소 제조업체들의 생존권마저 박탈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반값' 열풍을 주도하고 있는 곳은 대형마트들이다. 이마트는 이달들어 다운 점퍼를 비롯해 구스다운 점퍼, 라텍스 매트리스, 캐시미어 100% 니트 등을 '반값에 내놨다. 이마트의 '반값' 제품 출시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미 올초부터 이마트는 TV와 커피, 청바지, 골프용품, 자전거 등 30여개 상품을 '반값'에 내놨고, 연말까지 30여개 상품을 추가로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이에 질세라 롯데마트도 '반값' 대열에 동참하고 있다. 롯데마트는 이달초 '반값' 보습 화장품 3종을 선보인데 이어 오는 18일부터 '반값' 수입맥주인 'L'맥주와 시중가 대비 반값 수준의 '통큰 타이즈'도 내놓는다. 롯데마트는 지난해 4월부터 핵심 브랜드로 기존 가격의 반값 수준인 '통큰', '손큰' 상품을 선보이고 있으며 연말까지 '반값' 상품을 100개까지 늘린다는 방침이다.
홈플러스도 지난 3월부터 1마리당 1000원인 '착한 생닭', 30만원대 골프 풀세트인 '착한 골프세트' 등 30여 개의 '착한 시리즈'를 지속적으로 선보이고 있다.
'반값' 상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반응은 폭발적이다. 이마트가 지난 9월 출시한 '베스(VESS) 콜라'는 9월 한달동안 28만개가 팔렸다. 업계 1위인 코카콜라 캔 판매량이 29만7000개인 점을 감안하면 과히 엄청난 판매수량이다.
롯데마트가 지난해 6월 중소업체와 협력해 냉장냉동 상품으로 선보인 '통큰 김치'(5kg)는 월평균 1만200여개 가량이 판매되며 포장김치 전 상품 중 매출 1위를 기록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해 8월 선보인 즉석 제품인 '통큰 카레/짜장'도 월평균 판매량이 3만개가 넘는다. 기존 브랜드 1위 상품보다 판매량이 2배나 많다.
이처럼 대형마트들이 '반값' 제품들으로 소비자들을 끌어들이면서, 대형마트에서 비슷한 제품을 판매하는 군소 제조업체들은 심기는 불편하다. 제값 상품과 반값 상품이 나란히 진열된 매장에서 제값 상품이 소비자들의 이목을 끌기는 쉽지않기 때문이다.
제조업체 한 관계자는 "국내 유통망의 80%를 장악하고 있는 대형마트들이 '반값' 제품을 내놓게 되면, 제조업체들의 시장영향력은 자연히 줄어들게 된다"면서 "결국 브랜드 바잉파워가 없는 제품들은 반값에 밀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 대형마트 관계자들은 "품질좋은 상품을 반값에 내놓을 수 있었던 것은 중간 유통단계를 거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즉, 현지 농장이나 공장과 직거래를 통해 제품을 확보하므로 가격거품이 제거된다는 것이다.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는 "유통업체와 제조업체간의 가격협상은 사적 계약에 의한 것이지만, 그 과정에서 지나치게 가격을 후려치는 등 불공정 정황이 포착되면 규제 대상이 될 수 있다"면서 "해외에서 직접 들여오는 제품인 경우에도 역외적용 문제로 검토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