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전자업계 양대산맥인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조금이라도 부딪히면 큰소리가 나는 '앙숙중의 앙숙', 최고 경쟁상대다. 최근 이 두 기업 모두 '위기'를 부르짖으며 채찍질을 가하고 있다. 물론 위기에 대응하는 삼성과 LG 스타일은 확연히 다르다. LG전자는 구본준 부회장이 취임한 이후 '강한 LG'를 내세우고 있지만 '인화(人和)'라는 고유의 그룹 문화가 기본적으로 스며들어있다. '인화'란 합리성을 바탕에 둔 '인간존중의 경영'을 일컫는 말로 창업주인 고(故) 연암 구인회 창업회장의 뜻이 담겨있다. LG전자는 휴대폰 시장에서의 부진 등으로 인한 실적 악화가 지속되는 가운데 '구조조정'이 단행될 것이라는 얘기가 돌아도 올해 초 노사협상을 통해 기본급을 오히려 6% 인상했다. 직원들이 2007년부터 약 3년간 임금 동결 상태를 견뎌줬고 경쟁에 뛰어 들 때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가 '직원들의 사기'라는 판단에서다. LG전자는 '노사'가 아닌 '노경'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고 있다. 노사(勞使)가 아닌 노경(勞經)은 '동등'을 강조한 새로운 관념으로 노동자와 경영자는 서로의 역할과 기능이 다를 뿐, 수직적이고 대항하는 관계가 아니라는 것이다. LG전자는 2011년부터 연간 2조원 이상을 R&D에 투자하는 등 어려운 경영환경 속에서도 연구개발 인력을 지속적으로 확대했다. 취임 2주년을 갓 넘긴 구 부회장은 평소에 "제품 리더십을 확보해 시장을 선도하는 차별화된 제품을 만들고 이를 위해 R&D 역량과 우수 인재를 충분히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해 왔다. 이 같은 LG전자의 '인간존중의 경영'은 취업 시장에서 취업준비생들이 LG전자를 택하게 되는 주요 이유이기도 하다. LG전자 퇴직자들도 모임을 계속 이어오며 회사에 대한 애착을 나타내는 배경이다. 반면에 삼성전자는 이번 3분기 국내 최초로 8조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기록할 것이라는 엄청난 호재 속에서도 현 상황을 '위기'라 진단하며 더욱 고삐를 바짝 당기는 모습이다. 삼성전자의 '1등주의'가 작동한 것이다. 삼성전자는 그룹 차원의 비상경영 차원에서 임원들을 중심으로 평일 오전 6시30분에 새벽 출근을 시행하고 있다. 더 나아가 주말 출근까지 정례화됐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도 지난 11일 연례 임원 세미나에서 "패스트팔로어(선도자) 전략에서 벗어나 마켓크리에이터(시장 개발자)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시장을 빠르게 따라갔었다면 이제는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수준으로 뛰어 넘어야 한다는 것이다. 지속되는 글로벌 경제 침체 속에서 새로운 시장을 창출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한 번은 회사 근처에서 회식을 할 때, 삼성전자 제품이 아닌 것이 있으면 화를 냈었다"며 "어떤 식당은 에어컨 실외기에도 타회사의 로고를 청테이프로 가려놨더라"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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