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들은 11월 경기가 투자, 고용, 재고, 채산성 등 전 부문에서 비관적으로 흘러갈 것으로 전망했다. 기업들의 경기전망이 지난 6월부터 6개월 연속 악화일로를 걸으면서 경기침체 장기화에 대한 우려가 심화되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매출액 기준 6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기업경기실사지수(BSI)조사 결과 11월 종합경기 전망치는 92.5를 기록했다고 28일 밝혔다. 이는 지난 5월 104.7을 기록한 이후 6월부터 6개월 연속 기준선 100을 밑돈 수치다. BSI가 100을 넘으면 경기가 좋아질 것으로 보는 전망이 그렇지 않은 쪽보다 많다는 것이며 100을 밑돌면 경기가 나빠질 것이라고 본다는 것을 뜻한다. 전경련은 BSI가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것에 대해 "저성장의 장기화에 따른 기업들의 경영악화 우려가 반영된 결과"라며 ""한국은행이 올해 2%대 성장을 공식화한 가운데 유럽발 경기침체의 종료 시점이 갈수록 늦춰지고 가계부채 상환 부담과 주택시장 부진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조사에 따르면 기업들은 수출, 내수뿐만 아니라 투자, 고용, 재고, 채산성, 자금사정 등 조사대상 전 부문에서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이는 올 들어 처음 나타난 현상으로 기업들이 느끼는 경제상황 역시 매우 심각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결과다. 업종 부문별로 보면 내수(98.9)의 경우 기업들은 국내수요 부진에 따른 매출 감소를 예상했다. 수요 부진은 원가 상승에 따른 판매가격 인상을 억제한다는 점에서도 기업에 부담이 되고 있다. 기업들은 매출 추가감소를 우려해 원가 상승분의 판매가격 반영을 주저하고 있다. 최근의 낮은 소비자물가상승률은 이러한 모습을 상당부분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수출(97.7) 역시 유럽, 중국 등 해외시장의 침체가 지속되면서 감소세가 이어질 전망이다. 유럽의 경우 지난 10일 S&P가 스페인의 신용등급을 두 단계 강등(BBB+→BBB-)하며 전면적 구제금융 가능성을 더욱 키웠다. 아울러 독일 중앙은행도 자국의 4분기 GDP가 감소할 것을 우려하는 등 실물경기 악화가 지속되고 있다. 중국 역시 경제성장률이 7분기 연속 떨어지는 모습을 보이며 향후 수출 전망을 어둡게 했다. 이러한 사정을 반영하듯 올해 1~9월 수출은 전년동기대비 1.5% 감소했다. 이처럼 대내외 매출 감소가 오래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면서 기업들의 투자(96.4)심리 역시 얼어붙고 있다. 전경련은 "이달에도 8일 IMF, 11일 한국은행이 성장률 전망을 낮췄다"며 "경기 부진, 유동성 확보, 현금흐름 고려, 불확실성 등으로 투자심리가 위축되고 있으며, 투자위축의 장기화 가능성마저 우려되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경기침체의 장기화로 매출 또한 장기간 부진한 모습을 보이면서 재고(107.3) 과잉이 예상됐다. 제조업 평균가동률 역시 계속 하락해 지난 8월에는 2009년 5월 이후 최저치인 73.8%를 기록했다. 이는 앞에서의 투자심리 악화와 함께 고용(98.8) 전망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더욱이 매출부진, 환율 하락, 높은 원자재 가격 등은 기업의 채산성(94.5) 전망마저 악화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경기부양을 위한 선진국들의 통화 확대는 최근 원-달러 환율 1100원 선이 붕괴와 유가·금속 가격의 상승요인으로 작용했다. 매출·채산성 악화는 금융기관들이 기업에 대해 느끼는 신용위험 증대와 맞물려 기업의 자금사정(95.4)도 더욱 어렵게 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한편 기업경기실사지수 10월 실적치는 88.9로 6개월 연속 기준치 100을 밑돌았을 뿐만 아니라 최근 4개월 연속 '80대'를 벗어나지 못했다. 또 같은 달 전망치와의 괴리도 커 기업들의 경기전망 시점과 실적발표 시점 사이의 짧은 기간 동안 경기가 빠른 속도로 나빠졌음을 시사했다. 부문별로는 내수(100.2)를 제외한 수출(96.3), 투자(97.0), 자금사정(95.0), 재고(108.6), 고용(98.2), 채산성(91.3) 등 전 부문이 부진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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