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초 예상대로 한국은행이 지난 11월에 이어 이번달에도 기준금리를 2.75%에서 꽁꽁 묶었다.
지난 7월과 10월 두 차례 시행한 기준금리 인하의 효과와 또 이날 발표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이른바 '4차 양적완화(QE4)' 영향을 지켜보겠다는 판단이다.
아울러 오는 19일 열리는 대통령 선거도 섣부른 금리정책을 펼치는데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금리인하 압박은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4분기 들어 수출이 호조를 보이고 있지만 내수시장은 여전히 불황의 그림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에따라 채권시장 전문가들은 내년 1분기 중 추가 기준금리 인하가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 수출은 호조, 하지만 내수시장은 'L자형 불황' 의혹 여전
지난 10월 올 들어 두번째 금리 인하를 단행한 이후 수출은 점차 회복세를 보였다. 하지만 내수시장은 여전히 지지부진한 모습으로 'L자형 불황'에 대한 의혹을 벗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1월 수출이 강한 회복세를 보이며 무역수지 흑자규모는 45억달러를 기록했다. 전월인 10월 무역수지 흑자규모인 37억달러보다 약 8억달러 증가한 수준이다.
수출과 수입이 동시에 줄어드는 속빈강정식의 '불황형 흑자'라는 꼬리표도 뗐다.
지난달 수입 증가율(전년대비)은 지난 10월 1.7%에서 11월 0.7%로 둔화됐지만 수출 증가율은 같은 기간 1.1%에서 3.9%로 3배 이상 증가했기 때문이다.
반면 내수시장의 건전성을 나타내는 경제지표에는 먹구름이 드리웠다.
먼저 10월중 제조업 생산은 IT제품을 중심으로 0.7% 증가했지만 서비스업 생산은 대형마트 의무휴업 점포수 확대와 설비투자 부진 등으로 오히려 1.0%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또 소비의 바로미터인 소매판매액지수 역시 음식료품 등 비내구재를 중심으로 줄어들면서 전월에 비해 0.8% 감소했다.
설비투자와 건설투자도 각각 2.9%, 1.5% 줄어 내리막길을 걸었다. 설비투자 측면에서는 반도체제조장비 등 IT부문의 부진이 나타났으며 건설투자는 토목부문을 중심으로 축소됐다.
◇ 美 추가 양적완화…내년 초 금리인하에 '무게'
수출이 호조를 보이고 있는데 반해 내수시장이 제자리걸음을 걸으면서 내년 초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은 더욱 짙어졌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특히 내수시장 부진으로 우리나라 경제가 3분기 저점을 찍고 4분기부터 대내외 경제여건이 회복될 것이라는 '3분기 바닥론'이 힘을 잃게 되면서 내년 1분기 추가 금리인하 압박은 거세질 전망이다.
특히 전문가들은 이날 이른 시각 발표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이른바 '4차 추가양적완화(QE4)'의 영향에 따라 내년 통화정책 방향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Fed는 이날 이틀간에 걸친 통화정책결정기구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마치고 매달 400억달러 규모의 모기지담보부증권(MBS) 매입에 450억달러 장기국채 매입 등 통화완화 기조를 이어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추가 양적완화 정책으로 달러화 유동성이 급격히 우리나라를 비롯한 신흥국에 유입될 경우 통화정책을 통한 금리인하가 불가피하다는 전망을 내놨다.
미국과 일본 등 선진국의 양적완화 정책으로 외화 유동성이 국내에 유입돼 원화 가치가 절상되고 있는 가운데 이를 조절하기 위해서라도 금리 카드를 꺼낼 것이라는 분석이다.
임희정 현대경제연구원 박사는 "이른바 QE4를 비롯해 유럽, 일본 등의 양적완화와 양적완화로 인해 늘어난 외화 유동성의 이동경로, 다른 신흥국의 움직임 등에 따라 내년 초 통화정책의 방향이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최근 원달러 환율의 급격한 하락세로 외환당국이 원화가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선진국의 양적완화로 인해 외화자금이 국내로 유입될 경우 한은은 금리 인하를 통해 원화 가치가 오르는 것을 막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