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건설사들이 4대강 공사 수주과정에서 시간과 비용을 아끼기 위해 설계항목을 슬그머니 줄이는 수법으로 입찰 담합을 벌였다가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과징금 폭탄을 두들겨 맞았다.
공정위의 이번 조치는 지난 9월 민주통합당 김기식 의원이 업체들이 작성한 담합 합의서를 폭로하면서 공정위가 4대강 비리 사건을 고의로 지연 내지 은폐하고 있다고 포문을 연지 석달만에 나온 것으로 향후 정치권의 파장이 예상된다.
공정위는 수자원공사가 발주한 2200억 규모의 ‘영주다목적댐 건설공사’ 입찰과정에서 담합한 삼성건설과 대우건설등 국내 ‘빅3’ 건설업체 2곳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95억3600만원의 과징금을 물리기로 했다고 23일 밝혔다.
회사별 과징금 규모는 삼성물산이 70억4500만원, 대우건설은 24억9100만원이다.
이들은 지난 2009년 7월 수자원공사가 공사 입찰공고를 내자 설계업체들과 짜고 100가지의 설계항목 가운데 5개를 빼버리기로 합의했다.
설계비를 줄이는 동시에 입찰과정에서 자신들의 점수를 깍아내릴수 있는 ‘지뢰밭’을 제거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노린 꼼수였다.
실제 삼성과 대우는 그해 9월부터 이듬해 10월까지 13개월동안 설계업체인 삼안과 도화 관계자들과 만나 항목을 줄이는 내용의 기본설계 포맷에 대해 합의서를 작성했다.
합의서는 동물과 물고기의 이동통로인 생태 교량과 어도는 설치하지 않고, 모래를 흘려보내는 배사문도 한 개만 설치한다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공정위는 이같은 담합행위는 설계내용을 중요시하는 턴키공사(설계에서 시공까지 일괄입찰 방식) 입찰취지에 반할뿐더러 업체간 설계경쟁을 제한함으로써 발주처의 이익은 물론 설계품질도 떨어뜨릴수 있다고 밝혔다.
때문에 답합대상이 된 5개 항목이 전체 설계비중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적지만 설계평가 전체에 미치는 파급력이 크다는 점을 감안해 거액의 과징금을 물린다고 '친절히' 설명했다.
공정위는 애써 과징금 액수가 크다는 점을 부각시켰지만 억지 춘향적인 모양새가 짙다. 4대강 공사라는 '성역 사건'에 대한 처벌수위를 놓고 3년씩이나 머뭇거리다 야당으로부터 십자포화를 맞은뒤 마지못해 싸인을 한 정황이 다분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