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중·고등학생들의 필수품인 학습참고서 가격을 일정수준 이하로 깍아주지 않도록 일선 서점들을 압박한 국내 4개 유명 출판사들이 무더기로 공정거래위원회의 제재를 받았다.
공정위는 2일 인터넷서점과 할인마트 등지에서 팔리고 있는 학습참고서 할인율 상한폭을 15%로 담합한 (주)천재교육 등 4개 학습참고서 출판사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총 9억 원의 과징금을 물렸다.
업체별 과징금 규모는 천재교육이 3억6000만원, 두산동아 2억4000만원, 비상교육 1억5000만원, 좋은책신사고 1억5000만원 등이다.
또 출판사들의 할인율 제한 담합행위에 끼어든 한국서점조합연합회에게는 시정명령 조치를 내렸다.
이번에 덜미가 잡힌 4개 출판사의 국내 초·중·고 참고서 시장 점유율은 60% 이상으로 특히 초등학교 참고서의 경우 점유율이 90%에 이르는 절대강자 위치를 갖고 있다.
하지만 이번 출판계의 학습참고서 할인율 담합사건은 '뜨거운 감자'인 도서정가제 문제가 감독당국의 제재라는 형식을 빌어 수면위로 떠오른 것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적잖은 논란이 일것으로 보인다.
◇출판사 4곳, 참고서 최대 할인율 15% 담합
현행 출판문화산업진흥법상 초등학교 참고서는 도서정가제의 대상이 아니기에 일반 서점들이 얼마든지 자유롭게 가격을 낮춰 책을 판매할 수 있다.
또한 도서정가제 적용을 받는 중·고등학교 참고서도 명목상으로는 10%까지만 가격을 에누리해줄수 있지만 마일리지나 적립금등 각종 혜택을 추가할 경우 실제 책값의 19%까지 서점들이 할인해줄수 있다는 게 공정위의 설명이다.
그런데도 4개 출판사와 서점조합연합회 관계자들은 2011. 12월 인천시 송도에서 비밀 회동을 갖고 인터넷서점 등에서 판매되는 학습참고서의 할인율을 15% (적립금 및 마일리지 등 포함)내로 틀어막기로 입을 맞추었다.
또한 대리점(총판)에게 15% 할인율 제한 조치를 지키지 않는 인터넷서점, 할인마트 등과는 거래를 하지 말 것을 요구했다. 그렇지 않을 경우 대리점에게 책을 대주지 않는등 아예 계약을 끊겠다고 통보했다.
출판사들의 엄포속에 이들 인터넷서점등에서 판매되는 4개 출판사의 책 할인율은 지난해 1월부터 기존 20~25% 이상에서 15%로 상향조정됐다.
◇제재와 별개로 출판계 '도서정가제' 확대 추진
출판계의 학습참고서 할인율 담합사건은 업계의 해묵은 고민거리인 도서정가제 문제가 감독당국의 제재라는 형식을 빌어 수면위로 떠오른 것에 불과하다.
그간 출판계는 제살 깎아먹기식 책값 할인을 차단하기 위해 도서정가제를 전면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해 왔다.
현행 출판문화산업진흥법에서는 발간 18개월 이전인 신간(新刊)에 대해서만 책값을 10%까지만 깍아줄수 있도록 제동 장치를 두고 있다. 나머지 책에 대해서는 손을 놓고 있다.
2000년대들어 인터넷 판매가 확산되면서 '반값 할인' 등 출혈 경쟁이 유형처럼 번지면서 현재 서점에서 판매중인 책 가운데 도서정가제 대상은 12.8%에 불과하다는게 출판계의 주장이다. 책에 대해 제값을 받겠다는 도서정가제가 유명무실해졌다는 얘기다.
이에따라 출판계에서는 도서정가제를 18개월 이후 구간(舊刊)으로도 확대하고, 실용서와 참고서등 등 전 분야에 정가제를 확대 적용해 할인율을 10% 이내로 고정하겠다면서 출판문화산업진흥법 개정안을 추진하고 있다.
출판계는 당초 모든 할인을 없애는 완전도서정가제를 고려했지만 독자들을 설득하는데 무리가 있고 출판사들도 마케팅할 여지가 있어야 한다는 논리가 힘을 얻으면서 '10% 할인'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개정안이 도입되면 구간(舊刊)을 중심으로 최대 60%에 이르던 책값 할인율이 10% 이내로 낮춰지면서 출판 유통 구조가 투명해지고, 신간 창작도 활기를 띨 것으로 출판계는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재개정 내용의 각론을 놓고 오프라인 서점과 온라인 서점간에 마찰을 빚고 있어 적젆은 진통이 예상된다.
온라인 서점들은 도서정가제 확대 취지에는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인터넷 판매에서 마일리지로 10%를 추가 할인해주는 '10+10' 방식을 계속 허용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오프라인 서점들은 마일리지도 현금과 비슷한 디스카운트 효과를 내는 만큼 추가 할인은 있을 수 없다며 맞서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