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CNS 부산 클라우드 데이터센터로 데이터 저장·관리·운용과 관련한 서버시설을 옮기는 일본 기업이 하나 둘씩 생겨나고 있다. 지진과 화산폭발, 태풍 등 자연재해가 극심한 일본 본토에서 데이터센터를 운영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마침, 스마트폰 메신저기업 '카카오'도 일본을 비롯한 해외진출을 염두에 두고 입주했다.
LG CNS의 클라우드 데이터센터는 지진이 발생해도 장애가 발생하지 않도록 고무기둥인 '댐퍼(Damper)'를 활용한 '면진설비'가 적용된 국내 최초의 데이터센터다. 지진이 발생해서 땅이 흔들리면 댐퍼가 좌우로 움직이며 진동에너지를 흡수한다.
댐퍼 위에 지어진 데이터센터에서는 진동을 전혀 느끼지 못한다. 따라서 내부의 서버나 전기, 케이블 등에도 전혀 영향을 주지 않아 1년 365일, 24시간 멈추지 않은 데이터센터 운영이 가능하다.
실제로 이 데이터센터의 지하로 내려가보니 높이 50센티미터(㎝), 둘레 2미터(m)가 넘는 고무기둥이 축구장 5개를 합친 것과 맞먹는 3만2321제곱미터(㎡) 규모의 건물을 떠받치고 있었다. 이 데이터센터 지하 곳곳에는 총 96개의 댐퍼가 있다. 지상과 지하를 연결하는 계단과 난간의 사이도 20㎝ 가량 떨어뜨려 진동에 의한 파손을 막았다. 건물이 지상과 완전히 분리된 셈이다.
김황기 LG CNS 인프라솔루션사업부문 담당은 "리히터 규모 8.0의 강진이 발생해도 데이터센터에는 지장을 주지 않는다"며 "댐퍼는 특수 고무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부식되거나 갈라지지 않아서 반영구적으로 쓸 수 있다"고 설명했다. 리히터 규모 8.0의 지진이 발생하면 사람의 눈으로 지표면상의 파동을 볼 수 있고 지상에 있는 모든 물체가 공중으로 날아간다.
LG CNS는 주 고객인 일본기업이 원하는 수준의 면진설비를 구축하기 위해 면진관련 기술을 많이 보유하고 있는 일본 설계회사와 공동으로 설계를 진행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건축비는 기존 데이터센터와 비슷한 수준이다. 면진설비 대다수를 국산화해 해외 의존도를 낮췄다. 김 담당은 "일본의 면진 규격에 맞춰 관련 인증도 다수 확보했다"며 "건축비용은 기존 데이터센터보다 1~2% 더 들어갔다"고 했다.
또 LG CNS는 바다에 인접한 부산의 입지를 고려해 건물을 지상에서 6미터(m) 높여 지었다. 일본 평균 쓰나미 수위인 해발 4.5미터(m), 홍수경보수위인 5.5m보다 높은 수준이다. 지진과 수해에서 안전한 덕분에 아직 개관식을 하기 전임에도 불구하고 한국을 비롯한 일본기업들의 입주 문의가 많이 들어오고 있다. 일부 기업은 이미 데이터센터에 들어와 있다.
LG CNS가 부산에 클라우드 데이터센터를 세운 이유는 서울이나 대구, 광주보다 입지적인 조건이 좋기 때문이다. 국제 해저케이블의 90% 이상이 부산을 통해 국내로 들어오며 일본과는 최단거리(250km)의 전용 해저케이블이 위치하고 있다. 따라서 일본과 거리가 매우 가까워서 일본기업 유치를 적극 추진할 수 있다.
부산 클라우드 데이터센터에는 카카오를 비롯해 LG그룹 계열사, 일본기업 2곳이 들어와 있다. 최대로 설치 가능한 서버 대수는 7만2000대다. 현재는 15%인 8000여대가 가동 중이다. 이를 70여명의 직원이 관리한다.
손준배 LG CNS 아웃소싱사업부문 상무는 "현재 20여곳의 일본 기업이 입주계약을 추진하고 있다"며 "수요에 따라서 데이터센터를 확대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카카오는 올 1월 말 이 데이터센터에 입주했다. 현재 카카오는 회사를 상징하는 색상인 '노란색'으로 장식한 별도의 서버실에서 총 400여대의 서버를 운용하고 있었다.
전체의 5%를 카카오가 차지하고 있는 셈이다. 이 서버는 국내 사용자를 수용하는 데 쓰며 일부는 일본 가입자가 주고받는 데이터를 처리하는 데 할당된 것으로 알려졌다.
손 상무는 "카카오톡과 관련 게임, 서비스, 가입자가 늘어나는 추세를 볼 때 조만간 서버의 수가 급격히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이석우 카카오 공동대표는 "데이터 시설을 강화해 가입자들에게 최상의 서비스 환경을 제공할 것"이라며 "글로벌 모바일 플랫폼으로 도약해 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