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등 국내 항공사들이 자사 온라인 면세점에서 주류 판매를 중단했다. 온라인을 통한 주류 판매가 불법이라는 현행법이 항공사의 온라인 '면세점'에도 해당하는 국세청의 고시 해석이 나왔기 때문이다.
18일 항공업계 및 국세청에 따르면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진에어, 이스타항공 등 국내 항공사들은 자사 온라인 면세점의 주류 코너에서 '장바구니', '결제' 등을 없애고 제품 정보만 제공하는 방식으로 변경했다. 이에 따라 국내 항공사들은 자사 온라인 면세점에서 주류 판매를 사실상 중단하게 됐다.
국세청은 지난 8월부터 항공사의 온라인 주류 판매의 불법 여부에 대한 법적 해석을 진행해왔다. 이들은 '면세점'의 경우 보세지역에 물품을 저장하고 기내에서 지급하기에 온라인 주류 판매를 법적으로 금지하는 '주세법'을 적용할 수 있는지를 중점적으로 검토해왔다.
국세청 관계자는 "주세법 법령 해석을 통해 온라인 면세점 주류 판매의 경우 특이 사항이 존재하지만 국내 주세법에 적용할 수 있다고 결론을 내렸다"며 "이에 따라 국내 항공사에 온라인 면세점의 '장바구니', '결제' 등의 판매 기능을 없애도록 조치했다"고 밝혔다.
국세청 고시에 따르면, 농어업·농어촌 및 식품산업 기본법, 문화재보호법, 식품산업진흥법, 제주도개발특별법 등에서 인정하고, 관할 세무서장의 승인을 받은 주류제조업면허자에 한해서만 주류의 통신판매를 허용하고 있다. 민속주와 전통주 등에 해당하지 않는 주류는 주류제조업면허자라고 하더라도 원칙적으로 통신판매를 할 수 없다.
또한 고시에는 주류 통신판매 미승인자가 주류와 관련된 홍보를 할 경우엔 주류의 배송, 결제방법, 계좌번호, 주문전화번호 등 판매와 관련한 정보를 표시할 수 없도록 돼 있다. 아울러 소비자들이 주류 전자상거래가 가능하다고 오인할 수 있는 쇼핑백, 장바구니 등의 기능에 대해 표시금지사항으로 규정하고 있다.
국내 항공사들은 이를 알면서도 그동안 자사 온라인 면세점을 통해 주류를 버젓이 판매해왔다. 국내 한 대형항공사는 지난해 9월 자사 온라인 면세점을 통해 6300달러(약 683만원)에 이르는 '발렌타인 40년산'을 판매하기도 했다. 시장에 따르면 국내 대형항공사들은 온라인 면세점의 주류판매를 통해 연간 수십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번 국세청의 판단에 따라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등 자사 온라인 면세점에서 주류를 판매해온 국내 항공사들은 주류 코너에서의 전자상거래 기능을 없앴다. 다만 현재 기내에서 판매 중인 주류 제품에 대한 정보, 가격 등만 제공하게 됐다.
항공사들은 이번 국세청의 시정조치에 '서운함'을 나타냈다. 한 항공사 관계자는 "국세청의 해석이 불법으로 나와 어쩔 수 없이 판매기능을 없앴지만 고객들의 불편이 늘어나게 될까 걱정"이라며 "항공기에 고객들이 원하는 주류를 모두 싣고 다닐 수는 없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또다른 항공사 관계자는 "온라인 면세점에서의 주류 판매 금액은 매출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며 "다만 고객들에게 서비스 차원에서 해오던 일이라 고객들의 불편이 가중될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온라인 면세점에서 주류 판매가 금지되면서 고객들의 주류 구매에 대한 문의가 많이 오고 있다"며 "항공기 안에서는 여전히 주류를 구매할 수 있다고 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고객이 원하는 주류가 항공기에 없을 경우 돌아오는 항공기에서 구매할 수 있는 '기내 주문 서비스'도 권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대한항공 역시 고객들의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돌아오는 항공기에서 주문한 제품을 받을 수 있는 '기내 주문 서비스'를 적극 활용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