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신용카드사들의 채무면제·유예상품(DCDS)에 대한 제도 개선에 나선다.
채무 면제 유예상품(DCDS, Debt Cancellation & Debt Suspension)은 사망이나 입원 등으로 카드요금을 내기 어려워졌을 때 카드대금 납부를 면제하거나 유예해주는 서비스다. 카드사들은 서비스 가입 회원들에게 매월 수수료를 받고 있지만 정작 사고가 발생했을 때 보상금을 주는 경우는 드물어 잦은 민원 대상이 됐다.
금융감독원은 19일 "DCDS 상품 운영상 미비점과 보상금이 미지급된 사례 등이 확인됐다"며 미지급된 보상금을 환급하는 방안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금융감독원이 지난해 3월부터 10월까지 '상속인 금융거래조회'가 신청된 사망자 3만8854명을 대상으로 표본조사를 실시한 결과 1117명(2.9%)이 DCDS에 가입한 상태였다. 이들 중 카드요금 면제나 유예 혜택을 받은 경우는 216명(19.3%)으로 극히 드물었다. 901명(80.7%)은 DCDS 상품에 가입하고도 보상금을 받지 못했다.
보상금이 지급되지 않은 사람 중 560명(50.2%)은 카드대금을 이미 결제해 환급(10억6000만원, 개인당 189만원)이 필요한 상황이다. 나머지 341명(30.5%)은 카드대금을 아직 결제하지 않아 연체상태(5억5000만원, 개인당 161만원)로 조사됐다.
DCDS는 지난 2005년 1월 삼성카드에서 처음 취급을 시작했으며, 2008년 이후에는 다른 카드사들도 판매를 시작했다. 2011년 4월부터 모든 전업카드사들이 DCDS 상품을 취급하고 있다.
카드사는 DCDS 상품 판매에 따른 보상금 지급 리스크를 헷지하기 위해 손해보험사의 계약이행보상책임보험(CLIP)에 가입한 상태다.
2005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카드사들이 DCDS 가입자에게 지급한 보상금은 모두 370억원에 불과하다.
반면 DCDS 서비스에서 거둬들인 총 수수료수입은 6269억원에 달했다. 손해보험사에 낸 보상책임 보험료는 1393억원으로 조사됐다. DCDS를 통해 큰 폭의 이익을 거둬들인 셈이다.
특히 상속인들이 사망자의 DCDS 가입사실을 알지 못해 채무면제를 신청하지 않았거나 카드사가 보상업무에 소극적이어서 보상을 받지 못한 사례가 빈발하고 있다. DCDS는 현재 금융채권·채무가 아니라는 이유로 '상속인금융거래조회시스템'이나 '보험계약조회시스템'에서 확인이 안된다.
DCDS를 판매하는 과정의 문제도 다수 적발됐다. 전화로 판매하는 과정에서 고객에게 충분한 상품 설명을 하지 않는 불완전 판매나 수수료 과다, 보상대상 질병범위 등에 대한 소비자들의 민원도 크게 증가하고 있다.
금감원은 DCDS 제도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보험개발원에 분석을 의뢰했다. 신용카드사에겐 수수료율 인하를 유도할 계획이다.
보상금을 미지급한 대상자들에겐 환급을 추진하고 상속인 금융거래조회시스템과 보험계약조회시스템에서 DCDS 가입 여부를 확인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개선키로 했다.
카드사의 전화판매(TM) 영업실태에 대해서도 검사를 실시, 불완전 판매 행위가 적발된 카드사는 문책할 방침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관련 부서장이 참여하는 DCDS 제도개선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겠다"며 "이를 통해 3월말까지 불합리한 수수료율 체계와 약관을 정비하고 보상업무 와 관련된 처리절차를 보완하는 등 제도 개선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