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가구중 3가구 가까이가 은행에서 돈을 빌렸으며 대출받은 가구의 절반이상이 생활자금과 전월세 보증금, 대출금 상환으로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불황 탓에 소득이 준 사람들이 대출금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상황인 것이다. 소득은 줄고 빚은 늘어 벌어들인 돈으로 대출금 갚기가 어려워져 재무건전성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특히 금융당국이 은행 대출 문턱을 높이자 서민들이 결국 대부업 등 고리 대출의 늪으로 빠지는 '풍선효과'로 고통받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은행이 25일 발표한 '2012년 가계금융·복지조사(부가조사) 결과'에 따르면 작년 은행에 신규대출 또는 만기연장대출을 신청한 가구는 전체가구의 30%를 차지했다. 세 가구 중 한 가구가 은행에 손을 벌린 것이다. 은행에 빌린 돈은 생활자금으로 가장 많이 나갔다. 그만큼 먹고 살기가 팍팍해진 것이다. 기존대출금을 갚기 위해 다른 빚을 늘리는 경우도 세번째로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은행 신규 또는 만기연장 대출의 주요 용도는 '생활자금'이 31.4%로 가장 많았고 '거주주택마련'이 19.2%, '기존대출금 상환' 15.25, '사업자금' 13.7%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다만 가계대출을 줄이기 위한 억제정책의 일환으로 은행의 대출 문턱이 높아지면서 대출 신청금을 다 받지 못하는 가구가 4곳 중 1곳에 달했다.
은행 신규대출 및 만기연장 대출 신청가구 중 23%는 대출을 신청했던 금액의 일부만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2.4%는 아예 대출을 받지 못했다. 은행에서 원하는 만큼의 대출을 받지 못한 이유로는 '낮은 소득수준'(35.7%), '담보 부족'(33.7%), '신용상태'(17.3%) 등을 꼽았다.
은행 대출이 어려워지자 국민들은 은행보다 금리가 훨씬 높은 대신 대출 문턱이 낮은 대부업체, 상호저축은행, 증권사 등의 비은행 및 기타 금융기관으로 발길을 돌렸다. 금융당국의 대출억제책에 '풍선효과'가 나타난 것이다. 은행대출 부족자금 중 45.4%를 비은행 및 기타 금융기관에서 융통했다. 반면 29.1%는 대출을 포기했다.
가계의 재무건전성에도 비상등이 켜졌다. 지난해 중 대출금 원리금 상환액이 가계 총수입의 40% 이상을 차지하는 과다부채 가구는 부채보유가구의 13.1%, 전체가구의 7.7%를 차지했다. 매달 내야하는 대출금이 매달 벌어들이는 수입의 40% 이상을 차지하는 가구가 10곳 중 1곳이라는 의미다. 부채보유가구 중 절반 이상(58.9%)가 원리금을 갚는데 어려움이 있었다고 답했다. 특히 부채보유가구 중 지난 한해동안 연체 경험이 있는 가구는 18%를 차지했다. 4회 이상 연체 가구의 비중은 4.7%였다. 주요 연체요인은 '소득감소'(34.3%), '생활비 증가'(23.8%), '원리금상환 부담'(21.0%), '자금융통 차질'(9.9%), '납부기일 착오'(9.5%) 등의 순이었다.
가계부채와 관련해 가장 우려하는 사항으로는 '경기 침체(31.4%)'와 '부동산 가격 하락(22.2%)', '고용문제(22.0%)'를 가장 중요한 문제로 꼽았다. 한편 부동산 가격은 떨어졌지만 내집 마련의 꿈은 더욱 이루기 어려워진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1년 동안 부동산 가격이 내렸다고 응답한 가구는 34.7%로 올랐다고 응답한 가구 수(24.4%)를 크게 웃돌았다. 하지만 무주택가구 중 향후 10년 이내 내집 마련이 어려울 것이라고 응답한 비중은 33.0%로 지난해 보다 3.2%p 증가했다. 같은 기간내 내집 마련이 가능하다고 답한 비중은 53.1%로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