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산누출사고로 5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던 삼성전자 화성공장이 산업안전보건법을 2000여건이나 위반한 것으로 밝혀졌다. 국내 최고수준의 대기업조차 유해화학물질을 소홀히 다루는 등 총체적으로 안전보건관리가 부실한 것으로 드러났다. 고용노동부는 지난달 4일부터 21일간 삼성전자(주) 화성공장에 대해 실시한 '산업안전보건 특별감독 결과' 이같이 확인됐다고 3일 밝혔다. 이번 특별감독은 지난 1월28일 불산 공급설비 밸브교체작업 중 협력업체 근로자가 불산에 노출돼 1명이 사망하고 4명이 부상당하는 사고가 발생해 실시됐다. 감독결과 삼성전자 화성공장은 1934건의 산업안전보건법을 위반했으며 고용노동부는 이 중 712건에 대해서는 사업주를 형사입건키로 했다. 또 143건에 대해서는 총 2억50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될 예정이다. 개선이 필요한 1904건에 대해서는 시정조치를 병행할 방침이다. 이번 조사로 드러난 가장 큰 문제는 유해화학물질을 취급하는 화학물질중앙공급실 등에 독성물질을 안전하게 회수 또는 중화할 수 있는 배기시설을 설치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삼성전자 화성공장 6개 라인 중 2개 라인에만 독성물질을 회수할 수 있는 배기시설이 설치돼 있었다. 불산 사고가 발생한 11라인 역시 룸 배기시설이 설치돼 있지 않아 사고 발생시 배기시설이 아닌 송풍기로 누출된 불산을 밖으로 내보냈다. 이런 행위가 화재나 폭발 사고 등 위급상황일 경우 배출시설과 방지시설을 거치지 않고 오염물질을 외부로 배출할 수 있다는 '대기환경보건법'의 허용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환경부가 사고 당시 CCTV 영상을 분석 중이며 조만간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삼성전자 화성공장 일부 장소에서는 유해물질로부터 근로자 보호에 도움이 되지 않는 보호구를 지급·사용하는 등 보건조치도 소홀히 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유해·위험성이 큰 가스공급실 및 화학물질중앙공급실 등을 협력업체에 도급을 줘 관리하고 있었다. 환경안전팀 직원 1명이 82개 협력업체를 관리하고 안전보건협의체 회의 등을 제대로 운영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국소배기시설 등 주요 설비·구조부분을 설치 또는 변경하면서 의무적으로 제출해야 하는 유해·위험방지계획서를 제출하지 않은 채 설치하기도 했다. 수소정제기실 스프링쿨러에 대해 변경관리를 하지 않는 등 공정안전보고서의 내용을 준수하지 않은 부분도 적발됐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는 3일 국민사과문을 발표하고 "사고를 막지 못한 반성의 뜻으로 지난해 재지정을 신청한 녹색기업인증을 철회하고 고용노동부가 지적한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사례 1934건 중 80%(1527건)는 즉시 개선했다"며 "빠른 시일 안에 환경안전 업무와 시스템을 바꿔 나가겠다"고 밝혔다. 고용노동부는 앞으로 삼성전자 반도체 전 공장(화성·기흥·온양)에 대해 안전보건진단 및 안전보건개선계획 수립 명령을 내리고 근본적인 개선을 도모할 방침이다. 또 협력업체 근로자의 보호를 강화하기 위해 유해·위험성이 큰 작업은 도급을 제한하는 제도개선 방안도 마련할 계획이다. 고용노동부 조사와 별도로 환경부는 삼성전자 화성공장에서 다루는 화학물질 전반의 관리실태를 특별조사 중이다. 시설·장비의 정기점검 등 유독물 관리기준 준수 여부와 신규 화학물질의 유해성 심사 등이 이뤄지고 있으며 빠르면 다음주 중 조사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이에 앞서 경기지방경찰청은 지난달 26일 삼성전자 화성사업장 불산누출 사고 중간 수사결과 발표에서 삼성전자 전무 등 직원 7명을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입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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