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커뮤니케이션즈가 달라졌다. 예년에 비해 의사결정 속도가 급격히 빨라졌다. 지난해부터 실시한 인력감축과 체질개선작업을 더욱 빠르고 강도 높게 진행, 반전의 기회를 잡겠다는 각오다. 실적 부진과 해킹 피해자 위자료 지급 판결 등 대내외적 악재를 만났지만 핵심서비스의 효율적 활용을 통한 수익 창출로 정면 돌파하겠다는 방침이다.
◇ 강도높은 체질개선 작업…"진짜 승부처는 모바일"
경기침체로 포털들 대부분 실적이 나빠졌지만, SK컴즈가 특히 부진한 건 싸이월드 때문이다. 그동안 SK커뮤니케이션즈는 검색 중심으로 인터넷 서비스를 재편한다는 전략에 따라 사업을 진행해왔다. 하지만 '국민홈피'로까지 불린 싸이월드 홈페이지를 네이트와 통합한 것이 빌미가 됐다. 스마트폰 보급이 급속히 확산되면서 오히려 페이스북과 트위터 같은 외국 소셜네트워크 서비스로 사용자가 빠져나갔다. 2007년 2300만명이던 싸이월드의 방문자수는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특히 모바일에선 카카오톡과 라인 등 무료메신저 서비스에 치이면서 사실상 설 땅을 잃고 말았다. 이 과정에서 SK컴즈는 빠르게 변화하는 고객의 욕구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조직만 비대해졌다는 비판을 받았다. SK컴즈 관계자는 "지난해 체질개선 작업으로 좀 더 빠른 의사결정과 자유로운 의사소통이 가능해졌다"며 "이를 바탕으로 네이트와 싸이월드의 재도약과 새로운 서비스들을 지속적으로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 싸이월드·네이트 분리…"넥스트 싸이월드"
실제 SK컴즈는 최근 새 대표이사로 이한상 COO(최고운영책임자)를 선임하고 원조SNS 싸이월드와 포털사이트 네이트의 대대적인 개편을 단행하고 있다. 사업을 SNS와 검색 포털 부문으로 나눠 개편하는 한편, 미래산업본부 산하에 신설한 넥스트소셜플랫폼(NSP) 전략그룹을 통해 상반기 중 네이트·싸이월드·네이트온 등을 연계한 새로운 소셜 플랫폼도 선보일 예정이다.
물론 이번에도 중심은 싸이월드다. 미국 페이스북처럼 인터넷 검색과 메신저 기능 등을 모바일 SNS에 접목시켜 시너지를 내는 형태다. 실제 SK컴즈는 커뮤니티와 감성을 중시하는 싸이월드의 특성을 되살려 메인 화면을 네이트와 분리했다. 싸이월드 사이트를 네이트와 통합한지 4년만이다. 이미 지난해말 싸이월드의 기능과 구성을 대폭 개편한 '싸이월드3.0'을 선보인바 있다. 네이트 역시 한층 젊고 트렌디한 모습으로 탈바꿈했다. 콘텐츠를 주제·분야별로 모아 제공하는 기능을 강화하고 게시판 서비스 '판'을 비롯해 패션, 뷰티, 쇼핑, 연예, 실시간 이슈 등을 전면 배치했다.
여기에 스마트폰과 태블릿PC 등에서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싸이월드·네이트의 모바일 웹을 개편했다. 뿐만 아니라 '싸이게임'을 오픈해 연내 20종의 게임을 선보일 계획이다. 인기를 끌고 있는 '싸이메라' 앱을 바탕으로 새로운 포토 SNS를 출시해 글로벌 시장 공략에도 나선다. 특히 경기도 판교에 건축중인 사옥을 모회사인 SK플래닛에 팔아 받은 매각대금 749억원을 신규 전략사업에 투자하겠다고 밝힌 것도 눈길을 끄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