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먹거리를 찾아 나선 기업들이 '에너지·발전' 분야로 사업 영역을 속속 넓히고 있다. 최악의 불황 파고를 극복하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에너지와 발전시장의 성장성을 공략하기 위한 전략이다. 본업이나 기존 사업과의 시너지를 활용해 에너지와 발전 사업에 뛰어드는 기업이 대다수다.
31일 산업계에 따르면, 조선업과 건설업이 주력인 한진중공업은 2009년부터 집단에너지 계열사에 2000억 원에 육박하는 대규모 자금을 투자했다.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조선·건설 업황이 극심한 부진에 빠지자 발전플랜트 건설에서 쌓은 경험과 역량으로 '에너지 사업'에 뛰어든 것이다.
한진중공업이 현재 건설 중인 열 공급 시설과 열병합 발전소는 연내 모두 준공된다. 내년부터 집단에너지 사업이 본격화되면 그룹의 수익성 개선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OCI는 지난 22일 정기 주주총회에서 '태양광 발전'을 사업목적에 추가하는 정관 변경안을 통과시켰다. 폴리실리콘 전문제조업체가 태양광 산업의 최종 수요처인 발전 사업까지 영역을 확대키로 한 것이다.
OCI는 그동안 태양광전지 원료인 폴리실리콘 제조에 특화된 성장 전략을 펴 왔다. 그러나 글로벌 공급과잉 현상과 단가 인하로 사업이 부진에 빠지자 발전 사업을 주력화하기로 했다.
재무구조 악화와 유동성 위기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동양그룹도 내년부터 발전사업을 본격화한다. 올 초 숙원이었던 삼척 화력발전소 사업권을 따냈다. 총 투자비용 3조3000억 원을 들여 2019년까지 강원도 삼척시 적노동 일대 약 230㎡(70만 평) 부지에 200만 킬로와트(kW) 규모(100만kW짜리 1, 2호기)의 화력발전소를 건설한다.
동양은 주력 계열사인 동양매직 등 핵심 계열사와 주력 사업부문을 매각해야 할 정도로 어려움에 처해 있다. 그러나 기존의 시멘트 사업과 연계한 발전 사업을 발판으로 위기를 극복하고 제2의 창업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한솔그룹 계열 건축자재 전문기업인 한솔홈데코 는 올해부터 폐목재를 활용한 친환경 전력 사업을 본격화한다. 열병합 발전설비에서 연간 1만MWH의 전력을 생산하면 연간 28억 원의 수익이 날 것으로 기대한다. 발전설비도 꾸준히 증설해 2015년 스팀과 전력 판매로만 300억 원 규모의 매출을 올리는 게 목표다.
이동통신사나 IT업체, 보안업체들도 에너지 사업에 앞 다퉈 뛰어들고 있다. 일종의 '영역파괴'다. SK텔레콤과 KT는 올해 주총에서 에너지 관리나 진단 사업 진출을 결정했다. 통신 시장 포화로 인한 성장 정체 현상을 타개하기 위한 고육책이다. 기존 ICT(정보통신기술)를 성장성이 큰 에너지 사업과 연계해 틈새시장을 파고들겠다는 것이다.
한화그룹 계열 IT서비스업체인 한화S&C도 열병합 발전소 인수를 통해 신사업으로 에너지 기업으로의 변신을 꾀하고 있다. CJ헬로비전 역시 주총에서 '신재생에너지 관련 사업'을 사업목적에 추가해 에너지 절감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보안업체인 에스원도 올해 주총에서 신재생에너지를 사업 목적에 추가했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에너지 소비가 갈수록 늘고 친환경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수요가 크게 늘어 전 세계적으로 에너지, 발전 시장의 성장성은 여전히 높다"며 "올해도 어김없이 '에너지'가 기업들의 신사업 트렌드와 화두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