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초 예상을 깨고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4월 기준금리를 연 2.75%에서 유지키로 결정했다. 정부와 청와대의 공개적인 금리 인하 압박에 한은이 항복할 것이라는 전망이 보기좋게 빗나간 것이다. 전문가들은 한은이 새 정부와의 정책공조보다는 주변국과의 국제공조와 조직 독립성을 선택한 조치로 해석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11일 정례회의를 열고 4월 기준금리를 연 2.75%로 동결한다고 밝혔다. 기준금리는 지난해 11월부터 여섯달째 연 2.75%에서 움직이지 않고 있다. 한은 금통위는 지난해 두차례 금리인하를 단행했다. 한은은 작년 7월 유로존 재정위기 등 글로벌 불확실성이 높아짐에 따라 경기부양을 위해 기준금리를 기존 3.25%에서 0.25%p 인하했다. 이후 두달 연속 3.00%를 유지하다가 10월 또 한차례 금리를 0.25%p 떨어뜨렸다. 지난해 두차례 금리 인하로 한국 기준금리는 지난 2011년 2월(2.75) 이후 1년 8개월 만에 다시 2%대로 떨어졌다. 금통위가 신정부 출범 후 첫 금리결정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키로 결정한 것은 정부와 청와대의 직간접적인 금리 인하 압력에도 불구, 주변 국가들의 통화정책에 발을 맞춰야 한다고 봤기 때문이다. 4월 호주 및 태국 등 신흥국들은 글로벌 경제에 대한 긍정적인 시각을 바탕으로 동결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 호주중앙은행(RBA)은 3개월 연속 기준금리를 종전 3% 수준에서 그대로 유지했다. 스티븐스 RBA 총재는 동결 배경에 대해 글로벌 경제가 점차 안정되고 있으며 경제의 하방위험 요인이 이전에 비해 줄었다고 밝혔다. 태국 중앙은행도 기준금리를 우리와 같은 수준인 2.75%로 묶었다. 태국 중앙은행은 바트화 강세로 정부로부터 금리 인하 압력을 받아왔음에도 불구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또 세계경제 회복의 영향으로 향후 경제성장률을 상향조정할 가능성도 내비쳤다. 한은이 글로벌 통화정책과의 공조를 강조한 만큼 주요국 중앙은행과 정책 방향을 함께하기로 한 것으로 보인다. 이재승 KB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이머징국가 중앙은행들은 4월에도 기준금리를 동결하는 흐름을 유지했다"며 "세계경제에 대한 시각도 더욱 긍정적으로 변화하는 것으로 판단되고 있어 우리나라 내에서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압박이 일어나는 것과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한은이 정부와의 독립성을 입증하기 위해 이번 기준금리를 동결했다는 분석도 나왔다. 오석태 스탠다드차타드은행 이코노미스트는 "김중수 한은 총재는 추가적인 통화완화에 대한 신중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으며 저금리의 부정적인 영향을 강조하기도 했다"며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입증하기 위해 기준금리가 계속 동결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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