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성무제한 요금제가 등장한지 2개월여만에 가입자가 500만명을 육박하는 등 국내 이동통신 시장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단말기 보조금 경쟁 일색이던 이통시장이 요금제로 경쟁하는 구도로 바뀌는 분위기다. 6일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에 따르면 음성무제한 요금제 가입자가 450만명에 달했다. 이통사 가운데 처음으로 지난 3월 22일 음성무제한 요금제를 내놓은 SK텔레콤의 경우는 무제한 가입자가 260만명이 넘어섰고, KT도 100만명, LG유플러스도 92만명이 훌쩍 넘었다. 업계는 지금 추세라면 다음주쯤 음성무제한 가입자가 500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내다봤다. 경색됐던 번호이동 시장도 음성무제한 요금제가 출시되면서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지난 5월 이동전화 번호이동 건수는 98만5077건으로 전월의 83만1115건에 비해 18.5%가 늘었다. 이는 단말기 보조금 단속으로 소강상태를 보였던 지난 3월과 비교하면 무려 30.8% 늘어난 것이다. 이통3사 관계자들은 "음성무제한 요금제는 새로운 가입자 유인책"이라며 "요금제 경쟁이 본격화되면서 과다한 단말기 보조금 경쟁을 하지 않아도 되니, 앞으로 이통시장이 건전해질 것으로 본다"고 입을 모았다. 실제로 이동전화 신규가입자나 번호이동 가입자 가운데 절반 가량이 음성무제한 요금제를 선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SK텔레콤의 경우는 신규·번호이동 가입자의 30%가 음성무제한 요금제에 가입하고 있고, 기존 가입자 가운데 70%가 음성무제한으로 요금제를 바꿨다. KT의 경우도 신규·번호이동 가입자의 60~70%가 음성무제한을 선택했고, LG유플러스에 새로 가입하는 사람 가운데 40%가 이 요금제를 골랐다. 이처럼 음성무제한 요금제 가입자가 이동통신사를 선택하는 기준이 되고 있는 것은 '부담없는 통화요금' 때문으로 분석된다. 다른 월정액 요금제와 달리, 음성무제한 요금제는 망내뿐 아니라 망외까지 시간제한없이 통화할 수 있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추가비용 없이 음성통화를 무제한으로 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입자들이 느끼는 가장 큰 매력"이라며 "3세대(3G) 이동통신에서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가 인기를 끌었던 것과 같은 이치"라고 풀이했다. KT 관계자는 "다른 정액 요금제를 고를 때 데이터와 음성 사용량을 모두 감안해야 했지만 음성무제한 요금제는 데이터 사용량만 맞추면 된다"며 "요금제 선택의 폭이 훨씬 넓어진 셈"이라고 설명했다. 음성무제한 요금제가 인기를 끄는 요인은 무엇보다 '요금절감' 효과가 크기 때문. 이통3사는 음성무제한 요금제에 가입하면 월평균 1만원의 통화료를 아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음성통화량이 많다면 절감되는 통화요금은 더 커진다. 예컨대, 음성과 데이터 사용량이 각각 1000분 이상, 10기가바이트(․)인 LG유플러스 가입자의 경우 기존에는 음성·데이터 제공량이 각각 1200분, 20․인 월정액 10만원짜리 'LTE100' 요금제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망내·외 음성통화를 무제한으로 제공하고 데이터 12․를 주는 월정액 8만9000원짜리 'LTE음성 무한자유 89'로 변경하면 매달 1만1000원을 절약할 수 있다. 음성무제한 요금제 가운데 가장 인기가 있는 요금상품은 월정액 3만~5만원대다. SK텔레콤에 따르면, 월정액 3만5000원~5만5000원의 요금상품에 가입하는 비중이 전체의 37%에 달한다. KT의 경우는 음성무제한 요금제 가운데 월정액이 가장 싼 6만7000원 상품 가입자가 전체의 50%에 달하고, LG유플러스는 무제한 발신이 가능한 6만9000원짜리 '무한자유' 상품 가입자가 80%가 넘는다. 최근 음성무제한 요금제에 가입한 직장인 이모(34)씨는 "음성무제한 요금제로 변경한 뒤부터 통화할 때 남은 시간을 계산할 필요가 없어서 좋다"며 "데이터 제공량은 줄었지만 회사와 집, 지하철 등에 설치돼 있는 무선랜(와이파이)를 이용하기 때문에 데이터량이 부족하다는 것을 못 느낀다"고 말했다. 서울 상계동의 KT 대리점 대표는 "요즘 10명 중 6명 이상이 음성무제한 요금제를 선택한다"면서 "학생이나 장년층보다 활동이 많은 30~40대의 비율이 높다"고 했다.
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