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 이른 더위, 원전 2기 가동 중단 등으로 올 여름 최악의 전력대란이 예상되자 정부에 이어 산업계도 '절전경영'을 서두르기 시작했다.
30일 산업계에 따르면 블랙아웃 등 최악의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각 기업들은 정부의 에너지 절감 정책에 발맞춰 각 기업별 절전 대책을 이행 중이다.
◇각 그룹 주도, 계열사별 에너지 절감에 총력
삼성은 2015년까지 1조5000억을 투자해 현재 에너지 사용량의 20%를 절감하는 대책을 내놨다. 반도체 공장 등 24시간 풀가동하는 공장이 많은 삼성은 비생산라인을 중심으로 고강도 절전을 확대해 나간다.
8월 중 피크시간대에 사업장별로 3~20% 절전을 추진한다. 제조 사업장에서는 의무절전기간(8월 5~30일) 피크시간대(오전 10~11시, 오후 2시~5시)에 계열사별로 3~20%를 절전할 계획이다. 이외에도 실내 온도를 28도로 유지하고 조명 70%를 소등하는 등 공공기관에 버금가는 절전을 추진한다.
중장기적으로는 각 계열사별 공정 개선과 LED 조명 전면 교체 등이 이뤄진다. 삼성전자는 고효율 설비교체, 삼성토탈은 가스터빈 발전기 투자, 삼성디스플레이는 유틸리티 설비 효율 개선 등이 이뤄질 전망이다.
LG그룹 역시 계열사 별로 에너지 절감에 동참한다. LG전자는 CTO 산하 환경전략실이 주관하고 각 사업장이 참여하는 '전사 에너지 태스크'를 가동, 에너지 절감에 나선다.
LG전자는 ▲관심·주의·경계·정전의 단계별 대응체제 마련 ▲에너지 낭비요소 수시점검 ▲ 사무실 실내온도 제한 ▲에너지절약 캠페인 사내방송 등을 적극 실시할 계획이다.
LG화학은 여수공장의 전기분해로 정기보수 일정을 전력수요가 피크에 도달하는 7~8월 중 실시할 계획이다. 냉동기와 압축기 등 고전력 소모 설비를 전력사용 피크 시간대에 가동하지 않기로 했다. 가급적 오전 10~11시와 오후 2~5시를 피한다는 계획이다.
LG유플러스는 새롭게 구축하는 기지국에 고효율 부품, 저전력·대용량 교환 장비, 저전력 소자를 사용해 기지국 소모전력을 기존의 절반 수준으로 감소시켰다.
SK그룹은 에너지 기업인 SK이노베이션을 포함, SK E&S, SK가스, SK텔레콤 등 IT관련 계열사들이 에너지 절감에 대거 참여한다.
SK이노베이션은 전력 최대 가동 시간대에는 각 사업장이 가지고 있는 자가발전기를 최대한 가동하고, 사옥과 주유소, 충전소의 저효율 조명을 고효율조명(LED)로 교체할 예정이다.
SK텔레콤은 전국에 산재한 IDC(Internet Data Center)와 통신기계실의 냉방 에너지 절감을 위해 외부의 찬 공기를 활용한 프리쿨링 시스템을 도입, 연간 수억 원의 비용을 절감한다.
SK하이닉스는 24시간 반도체 공장을 가동해야 하는 제조업의 특성에 따라 전 직원이 참여하는 '생활절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사업장 내 순찰을 통해 에너지 소비현황을 모니터링하는 '에너지 암행어사 제도'를 통해 상시적인 사업장 내 에너지 절약 습관을 강조하고 있다.
포스코는 아예 전기로 가동을 중단함으로써 고강도 에너지 절감에 나선다. 포항제철소 내 200만톤 규모의 스테인리스 공장과 하이밀 공장의 가동률을 조절하고 8월 피크시간대에는 조업을 최대한 단축해 13만 킬로와트(kw)의 전기사용량을 감축할 계획이다.
포스코특수강은 2개로 운영 중인 전기로를 교차 가동하고 10월로 예정됐던 수리일정을 8월로 앞당겨 5만kw 전기 사용량을 줄일 예정이다. 하반기로 예정된 포항제철소 전기강판과 후판공장 수리계획을 8월 중에 실시함으로써 2만kw 전기사용량을 줄일 계획이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말까지 아산공장 지붕 위에 국내 최대 규모(10MW)의 태양광발전소 설치할 예정이다. 아산공장 내 4개 공장(프레스·차체·의장·엔진공장) 지붕 21만3000㎡에 총 4만 여 개의 태양광 모듈을 설치해 발전에 사용한다. 또 현대차는 협력 5개사와 향후 5년간 1만5000Mwh의 에너지 절감에 돌입한다.
한화도 계열사 공장, 사옥을 중심으로 한 에너지 절감 대책을 마련, 추진 중이다. 한화그룹 전체 에너지 절감항목 135건을 발굴, 올해 약 116억원을 전년보다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화케미칼 IT를 접목해 공정에 투입하는 스팀 현황을 초단위로 파악해 공급량을 실시간으로 제어하는 에너지절약전문기업(ESCO)시범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서비스업체-건설사, 실내 온도 조절-쿨비즈 적극 도입
항공사들도 에너지 절감에 나섰다. 아시아나항공이 27일부터 9월15일까지 넥타이를 풀고 출근한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 2008년 6월부터 매년 같은 시기에 쿨비즈 근무를 실시해왔다.
대한항공도 에너지 절감 및 업무 능률 향상을 위해 오는 6월 1일부터 8월 31일까지 3개월간 넥타이를 착용하지 않는 '노 타이' 근무를 실시한다.
금호아시아나는 8월 12일부터 16일까지 일 5만㎾씩을 자체 발전 용량으로 대체한다. 이에 금호아시아나그룹은 해당 기간 동안 그룹 본사사옥, 금호타이어 광주·곡성·평택 공장, 아시아나항공 본사, 아시아나IDT 데이터센터 등의 발전기를 집중 가동하게 된다.
백화점과 마트 등도 실내 온도 조절을 통한 에너지 절감에 나섰다. 롯데백화점은 폐점 후 2시간 이후 방범 셔터를 내리고 전 출입문과 옥상문을 개방한다. 저녁 때 시원한 공기가 내부로 유입되게 만들어 기존 보다 2~3도 정도 실내 올도를 내리고 냉동기 가동시간을 단축한다.
롯데마트는 열차단 필름을 설치해 에너지 절감을 실천하고 있다. 열차단 필름은 실내로 들어오는 태양열을 차단해 매장 내 온도를 평균 2도 정도 내려준다. 롯데마트는 현재 총 41개점 외벽에 열차단 필름 부착해 연간 2억5000만원의 냉방 전력 및 연료를 절약하고 있다.
신세계백화점도 본격적인 여름을 맞아 에너지 절감 노력에 나섰다. 전기 사용량이 '관심'이나 '주의'로 떨어질 경우 후방 냉방 시설을 일시적으로 정지시키고 조명도 50% 가량 소등한다.
이마트는 여름철 블랙아웃에 대비해 146개 이마트 매장은 물론 2500개 협력회사와 함께 에너지절감 캠페인을 벌인다.
건설사들도 실내 온도 조절 쿨비즈 등을 통해 에너지 절감에 나선다. 대우건설은 사무실 실내온도를 26℃ 이상 유지하고 점심시간과 퇴근 시간이후에는 냉방기 가동이 중단한다.
포스코건설은 전력난을 해소하고자 쿨비즈(cool-biz)와 쿨피스(cool-fice)를 시행한다. 반소매 상의와 반바지, 운동화, 샌들 착용 등 간편한 쿨비즈(cool-biz) 차림으로 근무한다.
대림산업은 2009년 초부터 전사적으로 녹색경영 혁신활동을 실시하고 있다. 본사와 현장, 가정에서 실천할 수 있는 적정 실내온도 유지, 대중교통 생활화, 재활용, 분리수거, 화상회의, 전자제품 플러그 뽑기, 컴퓨터 절전모드 사용 등을 실천 중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기업에 입장에서는 강도 높은 에너지 절감 정책을 이행하는데 어려움이 있지만 블랙아웃 등 최악의 상황을 겪지 않기 위해 최대한 정부의 정책에 적극 협조해 나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