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가격 할인 경쟁이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최근 일본, 유럽 등 수입 자동차들의 적극적인 할인 공세에 7일 현대자동차도 한시적 프로모션이 아닌 정책 차원의 '가격 인하'를 단행한 것. 국내 완성차 업계는 '엔저'를 등에 업은 일본차들의 가격 인하 공세로 가뜩이나 골머리를 앓고 있던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 3차 관세인하를 앞세워 유럽산 자동차까지 가격 경쟁에 가세하고 있다. 올 상반기(1~6월) 누적 수입차 등록대수는 7만4487대. 이는 지난해(6만2239대) 보다 19.7% 증가한 수준이자, 반기 기준으로 사상 최대 규모다. 하지만 이처럼 수입차가 고성장을 거듭하는 동안 국내 완성차 5사(현대차·기아차·한국GM·쌍용차·르노삼성차)는 올 상반기 내수 시장에서 전년 동기 대비 2.7% 줄어든 67만2813대를 판매하는데 그쳤다. 더욱이 이달부터는 'FTA 효과'를 입은 유럽 자동차 업체들이 국내 시장에서 가격 마케팅을 더욱 강화하고 있어 하반기 국내 완성차 업계는 더욱 어려운 상황에 놓이게 됐다. 실제로 재규어 랜드로버 코리아가 이달부터 판매되는 모든 차량의 가격을 평균 1% 인하, 랜드로버는 처음으로 6000만원 이하 모델을 보유하게 됐다. 폭스바겐코리아도 신형 골프, 골프 카브리올레, 시로코 R 및 R라인, 티구안, CC, 투아렉, 페이톤 등 유럽에서 생산된 7개 차종 16개 모델의 가격을 내렸다.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1, 2위를 다투고 있는 BMW코리아와 메르세데스 벤츠 코리아도 차종에 따라 가격을 평균 1% 가량 내리며 가격 경쟁에 뛰어들었다. 이탈리아 자동차 브랜드이나, 비(非) 유럽국에서 생산 중이어 한-EU FTA 혜택에서 벗어난 피아트도 아예 자체적으로 프로모션을 마련해 7월 한달 간 최대 500만원을 할인하고 있다. 이 같은 수입차들의 '등쌀(․)'에 현대차도 결국 최대 100만원 가격 인하라는 특단을 내렸다. 현대차는 그랜저·i40·i40 살룬·벨로스터 등 4개 차종의 가격을 최대 100만원 내린다고 밝혔다. 또 쏘나타를 비롯해 쏘나타 하이브리드·i40·i40 살룬·그랜저·싼타페, 맥스크루즈 등 중대형 7개 차종에 한해 인기 옵션인 파노라마 썬루프의 가격을 10만원 인하했다. 이에 따라 오는 8일부터 그랜저 3.3 셀러브리티 모델은 기존 4093만원에서 3993만원으로 100만원 낮아진다. 또 유러피언 중형 세단 i40 D-Spec은 3030만원에서 3000만원으로, i40 살룬 D-Spec은 2950만원에서 2920만원으로 각각 30만원씩 인하된다. 벨로스터 D-Spec 모델도 2160만원에서 2130만원으로 30만원 낮아진다.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KARI)는 지난달 27일 발표한 '국내 자동차 산업 5대 리스크' 보고서를 통해 "국내 시장 침체에도 수입차 판매는 지속적으로 확대되면서 매년 사상 최대 점유율을 경신하고 있다"며 "수입차 업체는 FTA 발효에 따른 관세 인하를 활용해 가격 경쟁력을 강화해왔고 유럽산은 2014년부터 무관세가 적용돼 국산차와 가격 격차는 더욱 축소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특히 신차 출시가 부족한 국내 업체와 달리 수입차 업체는 지난해 100여종, 올해 30여종의 신차를 출시하며 전 차급에 걸쳐 판매 확대를 도모하고 있다"며 "국내 자동차 산업이 산적해 있는 리스크 요인들을 해소하고 성장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현장에서의 경쟁력 강화가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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