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베어스와 삼성 라이온즈가 24일 오후 6시 대구구장에서 열리는 한국시리즈 1차전을 시작으로 2013 프로야구 최강자를 가린다. 올해 프로야구 사상 첫 정규리그 3연패를 달성한 삼성은 내친 김에 한국시리즈까지 우승 '통합 3연패'를 달성하겠다는 기세다. 두산이 준플레이오프와 플레이오프에서 9경기의 혈전을 치르는 동안 체력을 비축하며 상대를 기다렸다. 두산은 2001년 준플레이오프부터 시작해 한국시리즈 우승트로피를 들어 올렸던 기적을 재현하겠다는 각오다. 당시 두산의 한국시리즈 상대는 이번과 똑같은 삼성이었다. 두산은 4승2패로 삼성을 제압하고 3번째 우승을 차지했다. ▲'투수왕국' 삼성, 선발·중간·마무리 모두 '빵빵'마운드의 높이는 삼성이 우세라는 평가다. 선발진과 필승계투조, 마무리를 모두 따져도 삼성이 두산보다 탄탄한 모습이다. 삼성은 선발과 불펜을 오간 차우찬(10승7패)을 제외하고도 두자릿수 승수를 거둔 선발투수가 3명(배영수·윤성환·장원삼)이나 된다. 배영수는 14승을, 윤성환과 장원삼은 나란히 13승을 거뒀다. 이들은 포스트시즌 경험까지 풍부하다. 시즌 후반 외국인 투수 릭 밴덴헐크 역시 살아나는 모습을 보여 기대감을 부풀렸다. 마운드 자원이 풍부한 삼성은 선발급 투수 두 명을 묶어 쓰는 '1+1'이 아니라 '1+2'까지 가능하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중간계투진과 마무리에서도 삼성이 우위다. 경험 많은 안지만(22홀드)과 '영건' 심창민(14홀드)이 있고 마무리에서는 국내 최정상급 마무리 투수 오승환(28세이브 평균자책점 1.74)이 버티고 있다.두산은 선발 투수진에 더스틴 니퍼트(12승)와 노경은(10승), 유희관(10승)이 버티고 있지만 무게감에서는 삼성에 조금 밀리는 것이 사실이다. 불펜진은 불안하다. 두산은 올 시즌 두자릿수 홀드를 거둔 투수가 한 명도 없다.홍상삼이 거둔 9홀드가 두산 투수 중 가장 많은 기록이다. 하지만 홍상삼마저도 포스트시즌 내내 '널뛰기 피칭'으로 안정감을 주지 못하고 있다. 마무리로 나설 가능성이 높은 정재훈 역시 오승환과 비교하면 현저히 무게감이 떨어진다. 또한 삼성 마운드는 정규시즌 마지막 경기인 3일 사직 롯데전을 마지막으로 20일 이상을 푹 쉬면서 체력을 보충했다. 반면 두산 마운드는 준플레이오프부터 9경기의 혈전을 치러 마운드에 과부하가 걸린 상태다. ▲'팀 타율 1위' 두산, KS에서도 무서울까 타선은 정규시즌 팀 타율 1위(0.289)를 차지한 두산과 2위(0.283)에 오른 삼성 모두 만만치 않다. 두산은 포스트시즌에서 정수빈과 최재훈 등 주전급 백업선수로 중심타자인 홍성흔과 김현수의 부진을 메울 만큼 두꺼운 선수층을 자랑하고 있다. 정규시즌 100경기 출전에 그쳤던 거포 최준석은 포스트시즌에서 대타로 나와 홈런 2개를 날릴 만큼 물오른 타격감을 자랑하고 있다.삼성은 단기전에서 경기의 분위기를 한 번에 확 바꿀 수 있는 거포들의 '한 방'이 있다. 삼성의 올 시즌 팀 홈런은 113개로 두산(95개)에 비해 18개나 많다. 최형우(29개), 박석민(18개), 이승엽(13개), 채태인(11개) 등 언제든지 홈런을 때려낼 수 있는 타자가 많다. 삼성 타선의 변수는 경기감각이다. 삼성은 20일이 넘는 휴식기간에 4차례 자체 청백전을 치르며 타격감을 조율했지만 실전경기만큼의 효과를 보기는 어렵다. 정규시즌에서 아쉬웠던 이승엽이 한국시리즈에서 다시 '국민타자'로 돌아올지도 관건이다. ▲삼성의 '플랜B' 키스톤 콤비, 한국시리즈 버텨낼지가 관건두산은 포스트시즌에서 수비 덕을 톡톡히 봤다. 외야수들은 메이저리그급 호수비로 투수들을 든든하게 해줬고 유격수 김재호와 2루수 오재원의 호흡도 매끄러웠다. 플레이오프에서 실책을 남발하며 자멸하던 LG와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었다. LG와의 플레이오프 3차전은 수비로 이긴 경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두산은 5-4로 근소하게 앞선 9회초 외야수 임재철과 민병헌의 연이은 레이저 홈송구로 LG타자를 잡아냈고 결국 승리를 지켰다. 삼성 역시 수비가 약한 팀은 아니지만 한국시리즈에서는 상황이 다르다. 붙박이 유격수 김상수가 왼 손목 유구골 수술로 시즌 아웃됐고 2루수 조동찬 역시 부상으로 인해 사실상 한국시리즈 출전이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의 자리를 각각 메울 정병곤와 김태완은 정규시즌 풀타임 출전이 한 차례도 없는 백업선수다. 유격수로 출전할 프로 3년차 정병곤은 통산 출장경기가 65경기에 불과하다. 두 명 모두 생애 처음으로 경험하는 가을야구다. 단기전에서 수비의 중요성을 잘 아는 삼성 류중일 감독은 "김상수의 부상 공백을 메울 정병곤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아무리 강한 마운드도 수비가 무너지면 어렵게 풀어갈 수밖에 없다. ▲전문가 의견 "삼성이 우세" vs "막상막하"하일성 KBS N 해설위원은 "삼성이 우세하다"고 내다봤다. 특히 강한 선발진에 많은 점수를 줬다. 하 위원은 "6~7차전까지 가게 되면 선발 로테이션 싸움에서 갈리게 되는데 이런 점에서 삼성이 우위다"며 "5전3선승제로 치러지는 준플레이오프·플레이오프와 달리 7전4선승제로 진행되는 한국시리즈는 사실상 장기전이어서 선발 마운드의 중요성이 더욱 크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병곤과 김태완의)수비불안을 지적하기도 하지만 삼성은 그리 호락호락한 팀이 아니다"며 "특히 김태완은 경험이 많은 선수여서 잘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김정준 SBS ESPN 해설위원은 "삼성이 다소 앞선 면이 있지만 막상막하가 될 것 같다"고 내다봤다. 그는 "삼성의 가장 큰 불안요인은 붙박이 유격수와 2루수인 김상수와 조동찬이 제외된 것"이라며 "이들이 잘해주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시리즈가 어떻게 갈지 예상하기가 어렵다"고 밝혔다. "1차전 승리가 두산에는 특히 중요하다"고 내다본 김 위원은 "삼성은 1차전을 내주더라도 큰 피해를 보지 않지만 두산은 다르다"며 "두산이 1차전을 내준다면 분위기가 삼성으로 완전히 쏠려 시리즈가 짧게 끝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시리즈라는 큰 무대에서는 없던 힘이 생긴다. 두산의 체력적 열세는 그렇게 크지 않을 것"이라며 "두산이 1차전을 승리한다면 상승세를 그대로 이어갈 수도 있다"고 예측했다. 한편 하 위원과 김 위원은 모두 한국시리즈가 6차전까지 진행될 것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