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가 총파업을 결의한 궁극적인 이유는 정부의 의료정책 결정에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함이 크다.대한의사협회는 12일 총파업 출정식 관련 기자회견을 열고 "회원들의 총 투표를 거쳐 3월3일부터 총파업을 하기로 결의했다"고 밝혔다.다만 "정부의 입장 변화에 따라 유보될 수 있고 이는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에서 결정한다"고 조건을 달았다.의료계가 총파업 카드를 꺼낸 직접적인 계기는 원격의료 도입이었다. 이후 의료법인의 자법인 설치 허용 등 제4차 투자활성화 대책까지 나오며 의료 민영화 반대 여론이 거세졌다. 의협은 이런 기류에 편승하며 오랜 숙원이웠던 낮은 의료수가(의료서비스에 대해 건강보험이 지급하는 대가) 문제를 수면 위로 들고 나왔다.노환규 의협 회장은 전국 의협 회원에 서신을 보내 '의료 민영화' 반대에는 선을 그으면서도 "의료 민영화가 '의료인이 아닌 투자자에게 이익을 주는 의료제도'로 이해된다며 이는 의협과 방향이 같으므로 당분간 차별화하지는 않겠다"라고 했다.의협의 투쟁과 시민사회의 의료 민영화 반대는 다소 차이가 있지만 당분간 '전략적 제휴'를 유지하겠다는 얘기다.방상혁 의협 비대위 간사는 총파업 출정식을 앞두고 "의사들이 투쟁하는 목적은 단순히 원격의료와 영리병원을 막아내기 위해서만이 아니"라며 "잘못된 의료제도와 이를 만들어낸 관치의료를 타파하고 올바른 의료제도를 우리 의사들의 손으로 바로 세우기 위해서"라고 강조했다.결국 정부가 의료분야 정책을 결정할 시 초기 논의 단계부터 의료계와 협의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번 결의문을 봐도 의협은 정부에서 제안한 민관협의체 참석은 거부하고 대신 의협이 제안하는 주제로 새로운 협의체 구성을 정부에 제안했다. 이를 두고 의료계 주도의 정책 결정을 위한 포석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또 "의협의 목표는 결국 수가 인상"이라는 냉소적인 평도 있다.보건의료단체연합의 한 관계자는 "사실 의협 투쟁은 수가 문제를 중심으로 정부에 대응하겠다는 기류가 강했다. 집회에 '관치의료 타파' 구호를 들고 나온 것만 봐도 알 수 있다"며 "이후 힘을 싣기 위해 보건의료노조와 공동으로 대응책을 꾸리면서 영리병원, 의료민영화 반대도 어느정도 수렴하게 된 것이다"고 말했다.여기에 일부는 정부와의 협상을 통해 수가 인상이라는 목표를 달성하면 원격의료와 투자활성화 대책에 대한 요구안은 한 발 물러설 것이라고 전망한다.그러나 원격의료와 투자활성화 대책은 의료기관 양극화와 영리화를 야기한다는 의사들의 공감대가 폭넓게 형성돼 있어 이 문제가 해결되기 전까지는 대정부 투쟁이 무기한 이어질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의협 회원의 절반 이상이 대정부 투쟁에 주도적인 동네의원 등을 운영하는 개원의라는 점에서 설득력을 얻고 있다.노환규 의협회장은 총파업 출정식에서 "일각에서는 의사 파업이 수가를 올리기 위한 밥그릇 지키기 투쟁이라며 의사들의 진정성 있는 목소리를 폄하하고 있다"며 "흉부외과 전문의가 없어 환자가 죽어가고 수입이 되지 않는다며 급여 환자의 입원을 막는 등 의사가 자신의 양심과 싸워야 하는 잘못된 의료제도를 근본적으로 바꾸자는 것이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