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5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무라야마·고노 담화 계승' 발언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밝히면서 극도로 경색돼있던 한·일 관계가 한 차원 개선되는 계기가 마련될지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청와대도 일본의 입장 변화를 계기로 여론의 추이에 주목하는 분위기다.앞서 아베 총리는 지난 14일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 "아베 내각은 앞선 정부들의 역사 인식을 계승한다"며 "이미 발표된 담화의 내용을 수정할 의도가 없다"고 밝혔다.그동안 일본이 군국주의 부활 및 일본군 위안부 문제 등을 놓고 주변국과 갈등을 불러온 가운데 무라야마 담화와 고노 담화 등 식민지배와 위안부 문제 등에 대해 사과한 과거 일본 정부의 입장을 계승할지 여부에 대해 이목이 집중돼왔다.이러한 상황에서 결국 아베 총리가 과거사에 대해 사과했던 과거 정부들의 입장을 계승할 뜻을 밝히면서 한·일 양국 간 극도로 고조돼온 갈등이 일부 완화될 수 있는 요건이 조성된 셈이다.이에 박 대통령도 곧바로 긍정적인 반응을 내놨다. 박 대통령은 15일 "지금이라도 아베 총리가 무라야마 담화와 고노 담화를 계승한다는 입장을 발표한 것을 다행으로 생각한다"며 "앞으로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상처를 덜어드리고 한·일 관계와 동북아 관계가 공고히 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고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이처럼 아베 총리의 발표에 박 대통령이 호응하는 모습이 연출되면서 그동안 열리지 못하고 있던 한·일 정상회담을 비롯한 양국 관계의 개선에 청신호가 켜질지 주목되고 있다.계속되는 일본의 우경화 움직임 속에 박 대통령 취임 이후 양국 관계는 악화일로를 걸어온 상황이다. 이 때문에 통상적으로 취임 초기에 이뤄지던 한·일 정상회담은 1년이 넘도록 이뤄지지 않았고, 양국 정상은 세 차례 가량 조우가 이뤄진 다자회의에서도 별다른 대화 없이 등을 돌렸다.이 때문에 해를 넘긴 한·일 정상회담이 아베 총리의 이번 입장 발표를 계기로 성사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 아니냐는 섣부른 관측이 나오고 있다.특히 오는 24∼25일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릴 핵안보정상회의를 계기로 한·일 또는 한·미·일 정상회담 개최 여부가 주목받고 있다. 다만 핵안보정상회의가 불과 일주일여 남은 상황인 만큼 전격적인 회담 성사 가능성은 낮다는 관측도 있다.이를 두고 청와대에서는 여론의 추이를 유심히 지켜보고 있는 상황이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16일 정상회담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제가 드릴 수 있는 말씀은 없다"면서도 "(상황 변화에 따른) 언론의 반응 등은 (양국이) 서로 궁금한 점"이라며 여론을 지켜보고 있다는 점을 밝혔다.앞서 민 대변인은 지난달 한·일 정상회담 가능성과 관련한 일본 언론의 보도에 대해 "전혀 준비되지도 않고 협의도 이뤄지지도 않고 있다"며 "한·일 정상회담이 성사되기 위해서는 독도문제, 위안부문제, 역사교과서문제 등 두 나라 사이에 만들어가야 할 여러 가지 부분들이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