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김종태 의원(새누리당, 경북 상주)이 2014년도 해양수산부 국정감사에서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세월호는 선박의 안전운항에 관한 규정인 선박안전관리체제 수립의무가 없는 것으로 드러났으며, 참사 후 6개월이 지난 지금도 세월호와 동종인 내항여객선들은 선박안전관리체제 수립의무가 부가되어 있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선박안전관리체제는 인적 과실에 의한 해양사고 방지를 위해 국제해사기구가 1994년 채택한 ‘선박의 안전운항 및 해양오염방지를 위한 국제안전관리규약(ISM code)’을 1999년 2월 구 해상교통안전법(현 해사안전법) 개정을 통해 국내법으로 수용하였다. 이에 따라 선사는 선박안전관리체제를 의무적으로 수립해야 하며, 해양수산부장관의 인증심사를 받아야 하고, 또한 사업장 및 선박은 안전관리적합증서가 있어야만 운항이 가능하게 되었다.
하지만 3년 뒤인 2002년, 정부(해양수산부)는 해상교통안전법 개정을 통하여 선박안전관리체제 의무수립의 대상에서 내항 여객선만을 제외시켰다. 이는 내항여객선사가 선박안전관리체제 수립을 위해 과중한 부담을 겪고 있다는 해운업계의 요청에 따라 이를 정부가 받아들여 정부 입법의 형태로 해상교통안전법 개정이 추진되어 내항 여객선의 안전관리체제 수립이 면제되었다.
또한 개정법률안은 심의·처리 과정이 속전속결로 진행된 대표적인 졸속·부실 입법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당시 정부는 정부입법을 10월 18일 국회에 제출하였으며, 국회는 11월 1일 농해수위 전체회의 및 법안심사소위 의결, 11월 5일 법제사법위원회 의결, 11월 12일 본회의 의결 및 정부이송, 12월 26일 정부 공포까지 50여 일만에 일사천리로 진행된 대표적인 졸속입법이다.
특히, 정부와 국회는 이번 세월호 참사와 같은 비극을 입법심의 과정에서 심도 있는 논의로 사전에 막을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해운업계의 요청을 일방적으로 받아들여 정부와 국회가 법으로 세월호의 책임을 면제시켜준 결과를 초래하고 말았다.
이로 인해 선주들의 선박안전관리체제 수립 의무사항 중 삭제된 내용을 살펴보면, ▲선박소유자의 책임과 권한에 관한 사항 ▲안전관리책임자와 안전관리자의 임무에 관한 사항 ▲선장의 책임과 권한에 관한 사항 ▲선박의 안전관리체제 수립에 관한 사항 ▲선박출동사고 등 발생시 비상대책의 수립에 관한 사항 등 선박안전관리체제 수립·시행 임무를 정부에서 법으로 세월호에 책임을 면제시켜 주었다.
그러므로 세월호는 안전관리를 하지 않아도 이 법률에 의하면 법적으로는 아무런 잘못이 없는 모순된 결과를 초래하고 말았다.
김종태 의원은 “내항여객선의 안전사고로 제2의 세월호 참사가 발생하는 것을 막고자 본 의원이 지난 6월 해사안전법 개정안을 발의하여 선사들에게 안전관리체제 수립 이행의무를 부과하였다. 하지만 이 법률안은 국회 장기 비정상화로 인해 심의조차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 하며, “세월호 참사 6개월이 지난 지금도 해당법이 개정되지 않아 법적으로는 선주들이 안전관리체제 수립·시행 의무 없이 운항하고 있다. 안타까운 현실이 하루빨리 개선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 밝혔다.
황창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