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하는 스님이 불국사에 계신다. 덕민 스님이시다. 스님은 불국사 강원, 학장 스님이시다. 금강경뿐만이 아니고 노자 도덕경등 불경 해석에 한국 최고의 권위자이시고 존경받는 선사禪師이시다 양띠 새해를 맞아 불국사 스님의 선방을 찾는다. 스님의 방은 작지만 밝고 따뜻했다 겨울인데도 화분에 보라꽃 꽃송이를 탐스럽게 가득 단 꽃나무가 한그루 있다 "스님, 저 꽃나무 이름이 뭐죠? 잎이 두툼한 게 좀 특이한데요?" "다육이(염좌나무)라고 해요. 열대 식물인데 모양이 우람해서… " 스님이 손수 차를 끓여 내주신다. 차를 마시니 마음이 맑아지고 양털처럼 포근해진다. 먼저, 양띠 해를 맞아 덕담 한마디 해주시죠. "사람들이 '마음공부'를 좀 해서 일상이 좀 행복해 졌으면 좋겠어요. 양털처럼" "현실이 너무 메말라 있어요. 돈과 일류병이 들어서, 사람들이 쫓기면서 여유없이 살고 있어 안타까워요.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가는 게 인생인데, 다들 욕심 때문에 사회가 어지러워요. 욕심을 줄여야 해요. 요즘 신문에서 떠드는 갑甲질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에요. 이웃을 배려하지 않고 다른 사람에게 고통을 줘서는 안돼요. 불행을 만드는 사회는 행복한 사회가 아니죠. 배부른 돼지보다 고민하는 소크라테스가 많은 사회가 됐으면 좋겠어요" 차의 맑은 향기가 온몸에 따스하게 스며든다. 스님의 목소리는 언제나 잔잔하다. "금강경이 우리에게 주는 진리는 무엇입니까?" "금강경의 대의는 '진공 묘유'眞空妙有이지요" "금강경은… 비워버린다는 것이지요, 비워버리는데서 지혜가 나온다는 얘기지요. 반야심경의 '색즉시공 공즉시색'과 같은 경지지요. 묘유란, 생활의 지혜를 말합니다" "소유가 많다고 행복한 건 아닙니다. 소유를 많이 나눌 때 행복한거지요. 우리는 지금 배부른 돼지가 많은 사회에요. 이게 문제에요. 물질적 가치보다 정신적 가치가 더 소중해요. 우리는 이걸 놓치고 살고 있어요. 올해는 예술과 학문의 가치가 더 아름답고 소중하다는 걸 아는 사회가 되고, 흐르는 물처럼 소통하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어요" 스님과의 대화를 끝내고 종무소를 지나 겨울 뜨락을 나선다. 동안거 중인 옆의 선방은 물밑처럼 고요하고 스님의 털 신발들만 가지런히 겨울 햇빛을 쬐고 있다.
김 성 춘시 인동리목월 문예창작대학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