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의 여왕'이라 불리는 오월이다. 온갖 봄꽃들이 산과 들판, 도회의 거리까지 화려하게 수놓고, 초록물결 속에서 생명의 신비와 자연의 오묘한 질서를 깨닫게 되는 은총(恩寵)의 계절이다. 어떤 시인이 오월을 '찬물에 얼굴 씻어낸 청년의 참신한 모습'에 비유한 것도 바로 그 때문일 것이다. 이 여왕의 계절은 '가정의 달'이자 '청소년의 달'이기도 하다. 지난 1일은 삶을 영위케 하는 동력인 노동과 그 의미를 되새기게 한 '근로자의 날'이었다. 5일은 미래의 주인공들이 될 어린이들을 위한 '어린이날', 8일은 오늘의 우리를 있게 한 부모의 은혜를 기리는 '어버이날'이다. 11일은 불우한 어린이들에게 새 삶의 계기가 마련되는 '입양의 날', 15일은 숭고한 가르침에 옷깃을 여미게 하는 '스승의 날', 19일은 '성년의 날', 21일은 '부부의 날'이며, '부처님 오신 날'도 25일이다. 그 어느 때보다도 가정과 가족, 자신과 타인, 사랑과 화해의 소중함을 새삼 일깨우며 우리 자신을 깊이 들어다보게 하는 계절이다.   예부터 우리 민족은 아무리 가난해도 가족과 가정이 따뜻한 울타리가 되어 시련을 이겨내는 미덕(美德)을 보여 왔다. 나아가 가정은 보다 풍요롭고 밝은 미래를 꿈꾸는 보금자리로 자리매김해 왔었다. 그러나 요즘의 우리 현실은 각박하기 이를 데 없다. 우리 사회의 기본요소이자 마지막 보루(堡壘)라 할 수 있는 가정이 흔들리고 있다. 가족이 해체되고, 가정이 불협화음을 낳는 세태가 날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아버지가 가장 역할을 제대로 못해 가정 불화-이혼-가출로 이어지는 경우도 없지 않다.    아버지가 가족의 운전사이거나 아내에게 돈 버는 기계가 아니면 '변강쇠'가 돼야 대접을 받을 판이라면 난감하다. 고개 숙인 아버지의 기(氣)를 살려주고 방황하는 가족들을 감싸 안는 사랑과 화해의 울타리로서의 가정, 그런 본래의 가정과 가족을 되찾는 일은 아무리 강조돼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고령화 사회의 속도가 붙으면서 오래 사는 것도 '욕'이 되는 세태이다. 고령화는 인류에게 주어진 축복이지만 '시한폭탄'이라는 양면성도 띠고 있기 때문이다. 고령화가 급속도로 진행되는 가운데 맞벌이 부부도 크게 늘어나 홀몸노인이 증가할 요인은 점점 커지고 있기도 하다. 질병과 외로움을 견디다 못한 노인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비극도 벌어지고 있어 '나 홀로 노인' 문제도 결코 간과할 문제가 아니다.  게다가 우리 사회가 삶의 가치를 지나칠 정도로 부(富)에 두게 돼 그런 가정에서 정서적 불안을 겪으면서 자란 어린이들이 살아갈 미래가 걱정되기도 한다. 어디 그뿐인가. 인륜(人倫)과 도덕이 무너지고, 사도(師道)마저 이지러지는 모습은 안타깝기 그지없다. 가치관의 혼란으로 사회지도층까지 실망을 안겨주는 경우마저 비일비재다. 가정은 두말할 나위 없이 우리 사회를 아름답게 만드는 시발점이자 그 울타리이다. 그 속에서 자라나는 어린이와 청소년들은 우리의 미래를 기약해 주는 꿈나무들이다. 이 때문에 가정 일으켜 세우기는 가장 근본적이고도 시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가정이 건강하지 않으면 사회도, 나라도 건강할 수 없다는 점을 떠올린다면 더욱 그렇다.   외환위기 이래 좀체 나아지지 않고 있는 경제적 어려움을 극복해 나가는 데도 서로가 서로를 끌어안아주는 사랑과 화해(和解)의 정신이 요구된다. 배금주의와 물질만능주의가 팽배하는 사회는 잔인할 정도로 등 돌리고 배반하는 현실을 낳을 뿐이다. 사랑과 화해의 정신은 먼저 가정에서부터 싹이 트고 자라야만 한다. 그런 다음 마치 물 흐르듯이 사회로 번지고, 나라로 확산되는 것이 수순이요 이치(理致)이며, 바람직한 흐름이다. 그런 흐름이 성숙하고 돈독해질 때 우리 사회는 따스하고 풍요로워지며, 자연스럽게 '바로 서는 나라'까지 기약해 주게 될 것이다. 이 태 수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