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도 많고 탈도 많던 중·저준위 방사성 폐기물이 이달2 4일쯤 역사적인 지하처분이 시작된다. 첫날 32드럼이 지하에 최종 처분되고 매일 32드럼씩 연말까지 3천 드럼이 처분된다.
한국원자력환경공단은 당초 24일 준공과 함께 지하에 처분키로 했지만 메르스 파장으로 인하여 준공시기를 무기연기, 방사성 폐기물 지하처분 행사만 치르기로 했다. 주최 측은 거리에 나붙은 현수막을 철수시키고 이미 초청장이 발송된 전국의 1천여 명의 귀빈들에게 취소통보를 해야 할 딱한 처지에 있다.
방폐장 준공은 원전 도입 38년 만에 원전 운영에 필수불가결한 국민적 숙제를 해결한 역사적인 날이다. 정부는 중·저준위 처분장(방폐 장)건설에 필요한 용지를 선정하는데 19년이 걸렸다. 부존자원이 없는 우리나라는 원자력 밖에 대안이 없다는 정책결정으로 1978년 고리1호기 상업운전을 시작으로 원전이 도입되기 시작했다.
원전이 가동되기 시작하면서 방사성폐기물이 쏟아졌고 사용 후 핵연료 처리에 앞서 중·저준위 방사성 폐기물처리의 절박성을 이유로 국민과 충분한 소통 없이 일방통행 식으로 추진하다 부안사태를 맞기도 했다.
정부는 국가적 난제인 방폐장을 2005년 경주시민이 89.5%라는 절대적인 지지로 유치할 당시만 해도 화려한 공약을 걸었다. 10년 세월이 흘렀지만 한수원 본사 경주 이전 외에는 모두가 공염불이 되고 말았다. 국민을 속인 정부가 `방폐장의 주인은 국민`이란 말할 자격이 없다.
무엇보다 국민의 안전을 위해 1조원 이상을 투자해 중·저준위 방폐 장을 건설하고 방사성폐기물을 안전하게 처분하고 있다고 하지만 방폐 장 사업이 국민들로부터 환영받지 못했던 것은 약속불이행 등 수요자인 국민적 높은 수준을 만족시키지 못한데 있다.
공단이 정식 개장에 앞서 방폐 장을 일반 국민들에게 개방한 것은 국내 첫 방폐장인 만큼 지역 주민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안전시설에 대한 신뢰를 얻기 충분하다. 이와 함께 공단 부지내 환경 친화적 시설은 자랑할 만 하다.
이제 남은 과제는 사용 후 핵연료 처분시설이다. 공론화위원회에서 토론이 많았지만 포화상태에 있는 사용 후 핵연료를 당장 처분하는 데는 많은 난관을 극복해야 한다. 국내 최초 원전 고리원자력발전소 1호기가 상업운전을 시작한 이래 40여 년 만에 전력생산을 중단하고 역사 속 뒤안길로 사라졌다. 폐로 원전을 해체하는 원자력해체기술센터 유치 또한 속도를 내야 한다.
방폐장 준공은 물론 방사성폐기물 지하 최종 처분은 대한민국 에너지 발전사에 있어 획을 긋는 큰 의미가 아닐 수 없다. 에너지 불모지였던 이 땅에 원자력 발전을 가능케 했던 박정희 대통령의 강인한의지가 없었더라면 역사적인 방폐장준공도 없었을 것이다.
갈등과 반목의 대표적 시설이었던 방폐장이 화합과 협력의 상징으로 나가기 위해서는 방폐장의 철저한 안전은 기본이다. 아울러 정부는 방폐 장을 떠안은 경주시민들에게 동반자적인 관계로 함께하고 나아가 국민에게 신뢰와 사랑을 받는 관계가 되도록 팔을 걷어야 한다.
어쨌든 메르스 사태로 방폐장 준공이 연기됐지만 정부는 당장 미래세대 교육과 일자리 창출이라는 새로운 가치를 부여해야 한다. 방폐장에 대한 시민의 불신 해소는 약속을 지키는 길 밖에 없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발행인 박준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