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목월은 60년대 후반에 들어오면서 죽음과 이별, 신(神)의 문제를 시의 중심 요소로 인식하는 시의 변모를 시도한다. 후기의 시는 '경상도의 가랑잎'(1968), '무순(無順)'(1976)과 유고시집 '크고 부드러운 손'(1979)에 실린 시를 중심으로 진행된다. 아베요 아베요 / 내 눈이 티눈인 걸 / 아베도 알지러요 / 등잔불도 없는 제사상에 / 축문이 당한기요 / 눌러 눌러 / 소금에 밥이나마 / 많이 묵고 가이소. / 윤사월 보리고개 / 아베도 알지러요 / 간고등어 한손이믄 / 아베 소원 풀어드리련만 / 저승길 배고플라요 / 소금에 밥이나마 많이 묵고 가이소. ('만술아비의 축문' 의 전반부)  밤 늦은 靑坡洞) / 마지막 合乘을 타고 가면 / 淑大入口 가까운 / 어느 막다른 골    목은 비어 있었다. / 그 골목은 / 姜小泉의 가랑잎처럼 바튼 / 음성이 깔렸는데 / 小泉은 어디로 갔느냐. / 죽었다는 것은 무슨 뜻이냐. / 子正 가까운 밤 / 마지막 합승을 타고 가면 / 빈 골목은 두렵다. 발목이 잠긴 가로등이 있어 / 빈 골목은 / 더욱 두렵다. ('청파동(靑坡洞' 전문)   위에 인용된 '만술아비의 축문'이나 '청파동'은 감상이나 사변적인 관념에 휩쓸리지 않고 인생의 근원적 문제를 다룬 시로 보인다.  독자의 상상력을 요구하는 '만술아비의 축문'의 시적 배경은 궁벽한 산촌이고, 화자(話者)는 글자도 모르는 무식하고 가난한 인물이다. 이 시는 간고등어 한손 놓지 못하여 소금에 밥을 놓고, 축문도 없이 제사를 지내야 하는 화자의 참담한 삶이 끝없는 이야기로 전개된다. 죽음과 지금의 삶을 연계한 이 시는 최대의 압축에서 최대의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박목월 시의 매력을 보여 준다. '청파동'은 "그 골목은 / 姜小泉의 가랑잎처럼 바튼 / 음성이 깔렸는데 / 小泉은 어디로 갔느냐 / 죽었다는 것은 무슨 뜻이냐"의 시를 통해 삶의 허무와 빈 골목을 두렵게 느끼는 삶과 죽음의 문제를 제시한다. 이남호 문학평론가는 박목월의 후기 시를 "삶의 덧없음과 죽음에 대해 보다 빈번하게 생각하고 신에게 더 많이 의존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사변적인 내용들을 평이한 독백체 어조로 노래하다 보니 긴장감이 다소 떨어지는 경향을 보이기도 하지만, 박목월은 마지막까지 시와 삶을 정직하게 응시하면서 좋은 작품들을 남긴 시인"으로 평가하고 있다.  뭐락카노, 저 편 강기슭에서 / 니 뭐락카노, 바람에 불려서 // 이승 아니믄 저승으   로 떠나는 뱃머리에서/ 나의 목소리는 바람에 날려서 // 뭐락카노, 뭐락카노 / 썩어   서 동아밧줄은 삭아내리는데 // 하직을 말자 하직 말자 / 인연은 갈밭을 건너는 바람 // 뭐락카노 뭐락카노 뭐락카노 / 니 흰 옷자락만 펄럭거리고… // 오냐. 오냐. 오냐. / 이승 아니믄 저승에서라도… // 이승 아니믄 저승에서라도 / 인연은 갈밭을 건너는 바람 / 뭐락카노 저 편 강기슭에서 / 니 음성은 바람에 불려서 / 오 냐. 오냐. 오냐. / 나의 목소리도 바람에 날려서. ('이별가' 전문)  '이별가'는 경상도 사투리를 '뭐락카노'를 통해 이승과 저승의 문제를 처절하게 다룬 감동적인 시로 평가되고 있다. 만남과 하직은 인생에서 피할 수 없는 것이지만 박목월은 "이승 아니믄 저승에서라도 / 인연은 갈밭을 건너는 바람 / 뭐락카노 저 편 강기슭에서 / 니 음성을 바람에 불려서"로 생(生)과 사(死)와 인연의 문제를 이별가로 형상화 한다. 박목월의 후기 시는 이러한 죽음과 이별, 삶의 허무를 대상으로 하고 있지만, 만년에 와서는 기독교 신(神)을 소재로 한 시 창작에 관심을 쏟았다. 그의 신앙의 깊이를 찾아볼 수  있는 시집 '크고 부드러운 손'은 "허무의 저편에서, 살아나는 말, 치렁치렁한, 성좌가 열리는 것"으로 표현되어 기독교시로서도 그의 문학적 성과가 인정을 받고 있다.장 윤 익동리목월문학관장·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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