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의 어머니는 잉태한지 14개월 만에 요를 낳았고 ,패공의 어머니는 큰 못에서 용과 교접하여 패공을 낳았다. 이로부터 내려오는 것을 어찌 다 기록 할 수 있겠는가. 그러니 삼국의 시조도 모두 신비스러운 이적으로부터 나왔다는 것이 어찌 괴이 할 것이 있으랴?"
“孕胎十四月而生堯. 龍交大澤而生沛公. 自此而降. 豈可殫記. 然側三國之始祖. 堦發乎神異. 何足怪哉.”(삼국유사 奇異편 제1) '삼국유사' '서문'에 나오는 괴력난신怪力亂神 이야기다. '기이'편의 서문이라기보다 삼국유사 전체의 서문이라고 볼 수도 있다. 국가의 흥망에는 초인간적인 힘의 작용이 있다는 상징적인 얘기다. 일연(1206-1289)은 중국의 역사를 예로 들면서, 고구려 백제 신라, 삼국의 시조도 신이神異한데서 나왔다고 해서 하등 이상한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일연의 당당한 자주정신이 돋보이는 참으로 중요한 '서문'이 아닐 수 없다. 삼국유사를 원본으로 공부하다보면 '목판본 원본', 글씨를 잘 알아볼 수 없어 안타까울 때가 참 많다. 그래서 다른 책과의 교감을 통해서 그 뜻을 파악하기도 한다. 우리민족의 빼어난 진수를 보여주는 삼국유사! 삼국유사 책의 기구한 내력을 생각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사람이 이계복이다, 조선 중기 1512년(중종 7년, 제작, 정덕본) 삼국유사 목판본을 다시 제작한 경주 부윤 '이계복!' '이계복과 삼국유사'… 만약 '경주 부윤 이계복'이란 훌륭한 선각자가 없었다면 오늘날 삼국유사의 운명은 어찌됐을까? 상상만 해도 아찔하다. 이만큼 경주와 삼국유사의 인연은 각별하다고 할 수 있다. 이번, 경북 군위군에서 2017년까지 30억의 예산을 투입, 전국에서 손재주 좋은 각수 8명을 뽑아 삼국유사의 다양한 판본들을 목판으로 복각하는 작업에 들어갔다. 나라전체로서도 뜻 깊은 일이 아닐 수 없고, 민족 문화의 진수를 각인하는 의미 깊은 작업이 아닐 수 없다. '삼국유사의 고장' 군위군도 이번의 판각행사로 이미지가 제고 될 것은 틀림없다. 경주는 어떤가? 생각해보면 경주는 온통 삼국유사의 그 본 고장이 아닌가. 경주야 말로 수많은 신라의 전설과 설화가 살아서 숨 쉬고 있는 자랑스런 삼국유사의 '본 고장'이 다. 또한 이계복의 정신이 살아 숨 쉬는 스토리텔링의 보고가 아닌가. 고전이란 무엇인가? 시간이 흘러도 소중하게 읽을 가치가 있는 책이다. '삼국유사'는 우리의 고대사를 가장 흥미롭게 담고 있는 최고의 역사서다. 나는 옛사람들을 만난 적이 없지만 옛 사람들의 탁월한 정신과 치열한 깨달음의 정신은 지금 내 앞에도 오롯하게 남아 전해지고 있다. 삼국을 들여다 볼 수 있는 비밀의 상자, 환상적인 역사의 창窓, 삼국유사! 이번 군위군의 뜻 깊은 '삼국유사 판각' 작업에 뜨거운 박수를 보내고 싶다.동리목월 문예창작대학 교수·시인  김 성 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