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씨 911'로 주목을 받은 마이클 무어 감독의 영화 '식코', 식코는 의료보험에 가입할 수 없는 미국의 4,600만명(전체 인구의 15%)의 사람과 민간보험에 가입했음에도 어마어마한 치료비를 떠안고, 황당한 이유로 보험금 지급을 거부당하는 사람들이 등장한다. 다리의 상처를 직접 꿰매는 장면과 손가락 끝 두개가 톱에 잘렸는데 중지 봉합에 5600만원, 약지 봉합에 1,200만원이라는 의사의 말에 어떤 손가락을 봉합할지 고민하는 모습은 미국의 의료서비스 수준을 쉽게 알게 해준다. 서구권 국가 중 건강보험이 '민영화'된 유일한 나라 미국. 미국에는 민간 의료보험 가입자가 2억 5천만명, 그리고 하루하루 아프지 않기만을 바라는 약 5천 만명의 비가입자가 있다. 전국민 공보험이 없는 미국은 민간보험료로 가구당 월 126만원 정도의 보험료를 내면서도 매년 2백만 명이 의료비 부담으로 파산(개인파산자의 62%)하고 있으며, 평균수명과 영아사망률은 OECD 국가 중에서도 최하위 수준이다. 고도의 전문지식과 생명을 담보로 하는 의료는 수요자가 공급자에게 의존할 수 밖에 없는데 미국은 이를 시장에만 맡겨 놓으니 가격이 통제되지 않고 비효율 적이며 빈곤층에게는 불공정해지는 폐해를 낳게 된 것이다. 또한, 의료민영화 체제에서는 의료진과 보험사가 환자의 건강과 안정을 우선시하기 보다는 경제적인 이익을 우선하기 때문에 의료업 종사자들의 윤리적인 기준을 무너뜨리는 점도 심각한 부작용으로 대두 됐다. 이런 배경으로 오바마 대통령은 취임 초기부터 건강보험개혁 드라이브를 강력하게 추진하였으나 기득권과 기업들의 반대 등으로 난관에 부딪히고 있다. 그럼 우리나라는 어떤가? 우리나라 국민건강보험은 그동안 비교적 낮은 비용으로 누구나 쉽게 의료서비스를 받도록 해 국민의 건강수준과 의료수준을 세계 최고수준으로 높이는데 기여해 왔다. 올해 건강보험료율은 6.07%로 주요선진국에 비해 훨씬 낮고, 2014년 OECD 헬스데이타에 따르면 건강수준과 의료서비의 질을 가늠할 수 있는 기대수명은 81.3세(OECD 평균 80.2세), 인구 1,000명당 영아사망율 2.9명(OECD평균 4.0명)으로 국민건강 수준은 매우 우수하다. 그리고, 국민의 의료접근성을 평가할 수 있는 1인당 연간 외래진료횟수 가 14.3회로 OECD 회원국 평균인 6.9회보다 2.1배 높았으며, 환자 1인 당 평균재원일수는 16.1일로 OECD 평균 8.4회의 1.9배로 우리나라의 건강보험이 세계에서 가장 의료접근도가 높은 제도임을 입증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건강보험은 여러 가지 문제에 직면하고 있다. 무엇보다 우리나라는 계속되는 저출산으로 고령화 속도가 더욱 빨라져 불과 10년 후인 2026년이 되면 노인인구 비중이 20%를 초과하는 초고령사회로 진입하게 된다. 이로 인해 급격한 의료비 지출 증가를 비롯한 복지비용의 증가로 우리 사회는 심각한 위기 상황에 봉착할 수도 있다. 또한, 지속적인 보장성 강화 노력에도 불구하고 보장률이 계속 60% 초반 수준에 정체돼 있는데 선진국 수준인 80%이상으로 끌어올려야 하고, 이와 연계하여 재원 또한 안정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이 외에도 보다 형평성 있는 부과체계를 마련하고, 응급사태에 대비하여 공공의료기관을 확충해야하며, 국민 건강수명을 향상시키기 위해 질병 예방과 건강 증진 역할 또한 확대해야한다. 이러한, 문제를 극복하고자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지난 9.1일 새로운 10년을 준비하기 위한 국민건강보험 뉴비전과 미래전략을 선포했다. 앞으로 10년의 미래설계도를 제시했는데 '평생건강, 국민행복, 글로벌 건강보장 리더'라는 비전을 제시했다. 그리고, 5개 전력목표와 20개 전략과제를 수립하였는데 그 어느 때 보다 미래를 고민하여 수립했다고 한다. 실현가능하고 구체적인 과제라 생각한다. 아무쪼록 국민건강과 밀접하며, 세계적으로도 인정받고 있는 건강보험이 지속 가능 할 수 있도록 뉴 비전과 미래전략을 기치로 공단의 모든 직원들이 합심하여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하기 바란다. 한국소비생활연구원 경북지부 회장  신 경 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