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하나 꽃 피어/풀밭이 달라지겠느냐고/말하지 말아라/네가 꽃 피고 나도 꽃 피면/결국 풀밭이 온통 꽃밭이 되는 것 아니겠느냐//나 하나 물들어/산이 달라지겠느냐고도/말하지 말아라/내가 물들고 너도 물들면/결국 온 산이 활활/타오르는 것 아니겠느냐' 요즘 산이 붉어지고 있다. 이즈음 조동화 시인의 '나 하나 꽃 피어'라는 시가 떠오른다. 꽃들이 그리고 나무들이 홀로가 아닌 서로 모두가 물들어 가야 비로소 아름다운 절경을 만들어낸다는 것을 산을 보며 느낀다. 물들어가는 이 가을은 참으로 곱다. 그러나 그 이면에 걱정도 안고 있다. 날씨가 몹시 건조해서 어느 때보다 화재 발생 위험이 높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주의가 필요한데, 예방을 위해서는 하나의 힘이 아닌 모두의 힘이 보태져야 한다. 화재피해를 줄이는 데는 무엇보다 신속한 발견과 초기진화가 중요하다. 미국방화협회(NFPA)의 주택화재실험을 보면 거실에서 소파에 불이 붙었을 때 바닥까지 연기가 내려오는데 불과 2분도 걸리지 않는다. 진압이 되지 않으면 5분 만에 집안 전체로 불길이 확산되는 플레시오버(flashover)가 일어난다. 이정도면 재산은 물론 인명구조가 불가능한 상태라고 할 수 있다. 화재 발생 후 5분은 그래서 매우 중요한 시간이다. 수많은 화재사례를 바탕으로 화재의 확산속도와 피해규모가 급격히 증가하는 5분을 소방에서는 골든타임으로 설정하고 이 시간 내에 소방대가 현장에 도착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본래 골든타임은 구급대나 의사들이 사용하던 용어로 심장 정지 상황이나 순환계에 심각한 문제가 생긴 환자를 살릴 수 있는 초기 시간을 의미한다. 그러나 지난해 세월호 참사를 겪으며 우리 사회에서 골든타임의 의미가 이전보다 더 확대되어 사용되고 있다. 화재출동 시 골든타임 5분을 지키는 비율은 서울 97%, 대구 78%, 경북 34%다. 인력사정과 현장진입여건 등에 따라 차이가 크다. 먼저 인력사정을 보면 소방관 1명이 근무하는 '1인 지역대'도 전라남도 36곳, 강원도 14곳, 경상북도 14곳, 부산 1곳이다. 관할면적이 무려 5,231.6㎢로 지리산 국립공원(440.49㎢)의 약 12배나 된다. 하지만 고작 65명의 소방관이 맡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골든타임 준수율을 비교한다는 것은 어려움이 있다. 더구나 최근 3년간 인력부족으로 폐쇄된 지역대 수는 전국적으로 189개에 이른다. 이렇게 지역대가 폐쇄되면서 현장까지의 거리는 더욱 멀어졌다. 경북은 지역대 폐쇄 전 5.15km이던 평균 출동거리가 11.58km로 늘어났다. 환산하면 출발부터 시속 110km로 달려도 6분 이상 걸리는 셈이다. 현장진입여건에서는 도시의 경우 농촌보다 출동거리는 짧지만 차량정체가 심하고 현장진입이 어려운 구간이 전국에 1,600곳이나 된다. '소방차 길 터주기' 홍보활동이나 단속으로 차량정체는 어느 정도 효과를 볼 수 있지만 좁은 길이나 낮은 문주, 건물 앞 주차 시스템 구조물로 인해 진입 자체가 불가능한 경우에는 구조물을 변경하지 않는 이상 달리 방법도 없다. 그런데도 무조건 빨리빨리 출동해서 골든타임을 지켜야하고 그 결과는 실적평가에 이용되는 면도 있다. 국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함이라지만 무리한 현장 출동을 강요하다 보니 정작 소방관들의 안전은 뒷전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소방차의 교통사고도 최근 5년 사이 51.7%나 증가했다. 골든타임 사수를 위해 출동하다 사고가 발생하면 운전요원의 책임으로 전가되기도 한다. 빠른 출동만을 강조하기 전에 지킬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려는 노력이 병행되어야 할 것이다. 서로가 물들어가는 단풍처럼.최 영 상  대구보건대학교 소방안전관리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