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렌 소리가 요란하다. 잠든 새벽을 깨울 만큼 다급하게 소방차들이 구조구급을 재촉한다. 앞 다투어 닿는 곳은 불이 나고, 건물이 무너지고, 사람들이 다치는 아픔의 지옥이다. 거기에는 언제나 우리의 소방관이 함께 한다.  지난해 전국에서는 4만2천134건의 화재가 발생했다. 325명이 숨지고 1천856명이 다쳤다. 아비규환 속에서 소방관들은 늘 그러하듯 고군분투했다. 뿐만 아니다. 구조출동만 59만8천560건, 구급차를 이용한 응급환자 이송은 무려 167만8천382건에 달했다.  소방관들의 일터는 참혹한 현장이 대부분이다. 자연 무참히 스러져가는 상황들을 되풀이해서 보게 된다. 강단이 있다고 해도 반복되다 보면 상흔이 남기 마련이다. 무거운 기억들은 강인한 소방관들에게도 아픔이 된다. 심한 경우 우울증이나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PTSD)의 고통을 겪도록 만든다. 안타깝지만 치료가 필요한 수준에 이른 소방관들도 적지 않다.  이런 가운데 국민안전처가 이달부터 4주간 사태수습 업무에 노출된 소방공무원들을 대상으로 심리안정프로그램을 운영한다고 하니 그나마 다행이다. 다소 늦은 감은 있으나 현장 활동으로 지친 소방관들의 마음을 치유해줄 수 있는 건강한 기회가 되길 바래본다.  문제는 또 있다. 심각하다. 우리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기 위해 혼신을 다하는 소방관들이 구급현장에서 마구 짓밟힌다는 사실이다. 최근 5년간 소방관들은 위급한 상황에 처한 요구조자들에게 538건의 폭행을 당했다. 도움을 주러가서 인사를 듣기는커녕 오히려 사흘에 한 번씩 매를 맞는 셈이다. 열악한 근무여건에서도 소방지킴이로서의 자부심으로 버텨가고 있는 소방관들이 오히려 마음에 상처를 받으며 일하는 것이다. 많은 국민들도 소방관을 폭행하거나 장난전화 등으로 소방행정력을 낭비하는 일은 근절되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그러나 폭력 행위는 여전히 줄지 않고 있다. 거기에는 솜방망이 처벌도 한 몫 한다. 폭행자 10명 중 7명은 단순 벌금형에 그치는 현실이 이를 반영한다. 당국은 강력하게 대응할 방침이라는 말을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방조한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소방관들은 1천도가 넘는 불길과 마주하여 사투를 벌인다. 자신의 생명을 담보로 단 한 명이라도 더 구해내기 위해 혼신을 다한다. 자신의 생명을 담보로 한 그들에게 어떻게 욕설을 쏟고 폭력을 휘두를 수 있는지 참으로 이해키 어렵다. 보다 강도 높은 대책이 시급하다. 소방관들이 구급활동에 전념할 수 있도록 엄중한 법의 잣대와 실행이 절실하다. 구급차량 내에 CCTV를 설치하거나 녹음장치도 갖추어 폭행증거를 확보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아울러 긴급한 상황 속에서 국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소방관들에 대한 폭행은 중대한 범죄행위라는 인식을 심어줘야 한다. 가해자들이 소방관 폭행은 다른 위급한 상황에 처한 이웃의 생명을 위협하는 범죄행위라고 인식할 수 있도록 말이다.  "내가 듣고 싶지 않은 말이라면 남에게도 하지 말고, 내가 하기 싫은 일이라면 남에게도 하지 말라"는 옛 어른들의 가르침을 떠올리지 않더라도 받은 도움은 잊지 말고 고마워할 줄 알아야 한다. 그게 상식 있는 시민의식이다.  "부름을 받을 때는 아무리 강력한 화염 속에서도 한 생명을 구할 수 있는 힘을 달라"고 기도하며 거침없이 불길로 뛰어드는 모든 소방관들에게 고마움을 전하며, 올 겨울 그들 모두의 가슴이 따뜻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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