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무기 개발 추진 의혹과 관련해 부과됐던 대(對) 이란 제재가 지난 16일(현지시간) 상당부분 해제되면서 지난해 7월 '핵 합의안 타결' 이후 시작된 세계 각국 기업들의 '이란 러시(Iran Rush)'가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BBC와 CNN 등은 그동안 유럽연합(EU)과 미국 등 서방국가가 부과한 제재가 모두 해제된 것은 아니지만, 원유·가스·석유화학 제품 수출입 등 경제·금융거래 금지 제재들이 폐기됐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라 유럽의 경우 이란과 전자금융거래도 가능해지고, 비자도 자유롭게 발행할 수 있게 되면서 유럽기업들은 중동 최대시장 이란에서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게 됐다. 이란은 인구 8000만명의 내수시장으로 원유와 가스 등 풍부한 천연자원을 갖추고 있어 최대 신흥시장으로 성장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진 국가 중 하나로 꼽히기 때문에 이란 시장 개방은 전 세계 기업들의 관심을 받아 왔다. 이번 경제·금융 제재 해제로 가장 큰 이익을 입을 기업들도 유럽에서 나올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지난해 핵 합의안 타결 직후부터 앞다퉈 이란 진출에 나서왔기 때문이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지난해 핵합의 타결 직후 지그마어 가브리엘 독일 경제장관은 메르세데스벤츠와 지멘스, 폭스바겐 등 주요 독일기업 관계자를 포함한 100여명의 대규모 경제사절단을 이끌고 이란 수도 테헤란을 방문해 고위 관료들과 만난 바 있다. 오스트리아와 프랑스, 스위스 등에서도 외무장관과 경제관료들이 이란을 방문해 경제 교류확대를 논의해 왔다. 조지 오스번 영국 재무장관도 자국 기업 대표들과 함께 테헤란을 방문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반년 이상 진행해온 교류에 힘입어 투자와 사업확장에 박차를 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이란에 진출해 있던 한국 대기업들도 현지 거래규모 확대와 신사업을 활발하게 모색해 왔다. 한국정부는 또 이란에 80여 명으로 구성된 대규모 경제사절단을 파견할 예정이다. 지난해 11월 제네바에서 유럽-이란 무역포럼을 기획한 에스판디아르 바트망게리드는 "주요 다국적 기업들은 이미 이란에 신규사업 발굴과 현 사업 확장을 시작했다"고 말한 바 있다. 애덤 스미스 국제무역 변호사는 "'이란 러시'를 직접 보고 싶다면 오전 8시에 두바이 공항을 방문하면 된다"라며 "하루에도 두바이에서 이란으로 출항하는 비행기가 10번 이상 있을 정도로 기업 크기와 상관없이 걸프 지역에 관심이 있는 관계자들은 머릿속에는 테헤란뿐"이라고 현지상황을 설명했다. 하지만 미국의 경우 국방수권법에 따라 취해진 대이란 제재들만 해제하면서 비(非) 미국 국적자, 영주권 및 기업 등만 수혜를 입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 국적자와 기업이 이란에 직접 진출하려면 해외자산통제국(OFAC)의 별도 허가를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란에 대한 민항기 수출과 부품 수출은 미국 국적자와 미국 국적 기업에게도 허용됐다. 이란은 제재 해제와 함께 114대의 항공기를 수입할 계획이라고 월스트리트타임스 등은 보도했다. 영국의 글렌모어 트레니어-하비 정보연구원은 "이미 많은 사절단이 테헤란을 방문했다"라며 "미국 정치인들은 언제나 그렇듯이 경제적 개념을 이해하지 못해 이란 시장에서 꼴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란 진출에 앞장선 유럽과 아시아 기업들이 오히려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는 이란 핵 개발과 관련한 의혹이 다시 제기될 경우는 제재가 다시 복구되고 진행 중이던 거래와 투자도 모두 무효로 하는 스냅백(Snapback) 조항 때문이다. 케네스 캣츠만 미 의회조사국 연구원은 "일부 기업을 제외하고는 이란의 지정학적 리스크를 감수할만한 가치가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라며 "특히 미국 기업의 경우 이란에 대한 부정적인 감정이 강하기 때문에 쉽사리 투자를 확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