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총선 공천을 마무리한 여.야가 중앙선거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본격적인 선거전에 뛰어들었다. 그러나 당연히 집권 여당인 새누리당 공천을 받을 것으로 생각하고 그동안 출마지역에서 유권자들에게 얼굴 알리기를 하면서 발로 뛰었던 서울 은평을 유재길, 송파을 유영하, 대구 동구을 이재만 예비후보 세 사람은 무소속으로도 출마를 하지 못하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 이들은 허탈감에 빠져 현실을 외면하고 싶은 심정일 것이다. 이들 중 유영하예비후보는 당의 결정에 승복한다고 했지만, 이재만, 유재길 예비후보는 김무성 대표를 원망하고 법적대응을 거론하지만, 김무성대표의 단독 결정이 아니라, 최고위원회의 합의결정이기 때문에 법적으로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그들을 이렇게 만든 원인을 따져 올라가면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도 무관치 않다.그는 대구 동구을의 유승민의원을 공천 배제할 목적으로 벼랑 끝까지 몰고 간 듯하다. 무소속으로라도 선관위에 등록하려면 탈당해야 하는 기한까지 공천을 미루고 기다렸다가 불과 몇 시간을 남겨두고 유승민의원이 공천을 포기하고 탈당하자, 진박으로 알려진 동구청장 출신의 이재만후보를 공천했다. 이때 까지만 해도 이한구위원장의 뜻대로 공천이 진행되는 듯 했다. 그러나 반전이 일어났다. 선관위 등록을 하루 앞둔 24일 오전 김무성대표는 갑자기 당사 대표실에서 단독기자회견을 열어 무공천지역 6곳을 발표하고 내일까지 최고위원회의는 없다면서 옥새를 들고 지역구인 부산으로 가면서 공천갈등이 최고조에 달했다. 이에 당황한 진박 최고위원들이 김무성대표를 성토하면서 방안을 찾았지만, 뚜렷한 묘책이 없자 원유철원내대표가 부산으로 가서 김대표를 만나 설득했고, 다음날 상경한 김무성대표는 기자들이 최고위원회를 개최할 거냐고 묻자 "변 한건 아무것도 없다"는 말만 되풀이 하고 긴급최고위원회를 소집했다. 김대표는 점심을 도시락으로 해결하면서 최고위원들과 예비후보들이 반항 할 수 있는 틈을 주지 않기 위해 시간을 끌면서 회의를 주재했고 선관위 등록 2시간을 남겨 놓고 "공천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하고 법원에서 받아들여진 대구 수성을의 주호영의원 지역구는 신경 쓸 필요도 없이 자신이 지켜야 할 나머지 세 사람 대구 동구을 유승민, 서울 은평을 이재오, 서울 송파을 김영순후보 지역은 무공천하기로 합의를 이끌어 내고 대구 동구갑 정종섭, 대구 수성을 이인선, 달성군 추경호 후보를 공천했다. 김무성대표는 선관위에 후보등록을 할 수 있는 시간을 계산하고 이인선후보를 비롯한 정종섭후보, 추경호후보를 협상용으로 이용하고 결국 자신의 뜻을 관철시킨 것이다. 이번 공천과정에서 가장 주목을 받은 이한구 위원장의 김무성 대표에게 "바보같은 소리" 유승민의원에게 "당에서 특혜를 누리며 꽃신을 신고 꽃밭만 걷다가 자기 정치를 위해 당에 침 뱉고 나갔다" 기자들에게 "화장실 가는 것까지 얘기해야 하느냐"등의 거침없는 막말과 행태를 보면서 문득 예전에 KBS 에서 TV문학관에 방영한 '완장'이라는 드라마 주인공이 새삼 떠올랐다.시골에서 순박하게 살아가던 청년이 6.25 전쟁 때 마을에 들이 닥친 인민군들에 의해 반동분자를 가려내라는 지시를 받으면서 완장하나를 팔에 차게 되는데, 순진했던 사람이 갑자기 쥐어진 권력의 위력에 맛을 들이면서 주체하지 못하고 어제까지 한 동네 이웃이었던 사람들에게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하다가 전세가 역전되고 연합군이 점령을 하면서 원성을 샀던 청년은 죽음으로 최후를 맞이한다는 내용이다. 이한구 위원장은 40여일의 짧은 기간 동안 새누리당 공천관리위원장의 막중한 소임을 맡으면서 '공공의 적'이 되는 것을 감수 했겠지만, 결과적으로 자신의 오만한 태도와 판단으로 정치를 꿈꾸는 예비후보자들의 앞길을 막는 결과를 초래하는데 일조 했다는 비난만 아니라, 오랜 세월 함께 같은 당에서 정치를 했던 사람들을 적으로 만들었고, 막판 김무성대표의 저항을 불러와 당의 갈등만 증폭시킨 결과를 불러오고 말았다. 그리고 그는 국민들에게 소신공천을 한 사람이라기 보다 오히려 권력의 하명을 충실히 수행한 존재로 낙인 찍혀 공천의 공정성만 훼손 한 것은 아닌지 모른다. 보복공천이다. 사천이다 등 온갖 비난으로 얼룩진 공천에 따른 이번 총선 이후 새누리당에 닥쳐올지 모를 이전투구가 벌써부터 걱정스럽다.
이인수 서울지사 정치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