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은 26일 국내 언론사 편집·보도국장을 청와대로 초청해 130분간 오찬 간담회를 가졌다. 이날 간담회는 당초 90분 정도로 예정됐으나 박 대통령과 참석자들의 토론이 길어지면서 예정보다 무려 40분 정도를 넘기며 끝이 났다. 그만큼 총선 이후의 국정 상황을 박 대통령과 언론인 모두 심각하게 보고 있다는 방증이다. 낮 12시에 시작해 오후 2시10분께 종료된 이날 간담회는 짧은 모두발언에 이은 자유로운 질의 응답 순서로 진행됐다. 청와대는 자유로운 소통을 살린다는 취지에서 종료 시간을 별도로 정하지 않고 행사를 진행했다. 박 대통령이 언론사 편집·보도국장들과 간담회를 갖는 것은 취임 첫 해인 2013년 4월24일 이후 3년 만이다. 박 대통령은 3분20초간의 짧은 모두발언으로 간담회를 시작했다. 4·13 총선 참패 책임론에 대한 입장이나 북한의 5차 핵실험 가능성 등 국정현안에 대한 언급 대신 소통과 협력에 방점을 찍었다. 이번 간담회가 국정 동력의 회복을 염두에 둔 소통 강화의 행보라는 점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박 대통령은 "한 고비를 넘기면 또 다른 어려움이 닥치고 계속 이런 식으로 지내왔다"며 "그러나 남은 임기기간 동안 이번 선거에 나타난 민의를 잘 반영해서 변화와 개혁을 이끌면서 각계각층과 협력과 소통을 잘 이뤄나갈 수 있도록 각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언론사 국장들에게는 "저와 정부의 이런 노력에 힘을 보태주시고 정부와 국민과의 가교에 좋은 역할을 해주시기를 부탁드리겠다"며 민의의 대변자인 언론이 소통의 가교로써 노력해줄 것도 당부했다.뀬 朴대통령 "여소야대 보다 당청간 마찰이 더 힘들어" 박근혜 대통령은 26일 여소야대 정국에 대한 걱정보다는 당청간 마찰음이 더 힘들다는 속내를 비췄다. 박 대통령은 이날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45개 국내 언론사 편집·보도국장 오찬 간담회에서, "여소야대 보다 사실 더 힘든 것이 있다"고 말문을 열었다. 박 대통령은 여당과 정부를 수레 바퀴에 비유하며 "어쨌든 계속 서로 협의를 해 가며 같이 굴러가야 국정운영이 원활하게 되는데 내부에서 그게 안 맞아서 계속 삐걱거리고 이 바퀴는 이리 가는데 이 바퀴는 저리가려고 그랬다"며 지난 19대 국회에서의 당청간 의사소통에 대해 아쉬움을 표했다. 이는 곧 김무성 전 대표나 유승민 전 원내대표 등이 청와대의 생각과 다른 방향으로 움직였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이어 "그 점에서 좀 미흡했다는 것도 이번 총선 민의에서 나온 결과라고 생각한다"고 부연했다. 뀬 朴대통령 "배신의 정치, 허탈감·비애감에서 나온 말" 박근혜 대통령은 이날 '배신의 정치' 발언과 관련, "자기 정치 한다고 대통령을 더 힘들게 하고, 하나도 도와주지는 않고, 그런 많은 사람들을 보면서 느꼈던 평소의 비애와 허탈감을 이야기한 것"이라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국민 앞에 이렇게 하겠다고 했으면 그 신념을 가지고 국민한테 약속한 대로 (실천)하고, 사람 관계를 신뢰를 가지고 가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박 대통령은 "국회의원 시절에 비상대책위원장도 했고, 당대표도 했다. 그때마다 당이 완전히 국민한테 외면을 당해서 더 내려갈 수 없을 정도로 바닥으로 떨어진 절박한 상황"이었다며 "이럴 때 당을 맡았다가는 정치생명 끊어진다며 모두가 기피하는 자리였지만 나는 그때마다 나서서 쓰러질 정도로 최선을 다해 당을 다시 신뢰받는 당으로 바꾸기 위해서 노력했다"고 했다. 박 대통령은 이어 "그래서 또 많은 사람이 당선됐고, 국민이 제 호소를 들어줬던 지난 일들이 있다. 그때 많은 후보들이 제가 하는 일을, 국가를 위해서 하는 이런 일들을 적극 도와주고 협력한다고 이야기했고, 그래서 그때 죽을 둥 살 둥 하면서 선거를 치뤄내 많은 사람들이 당선이 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 대통령은 "그런데 당선되고 나서는 그 다음에 자기 정치한다고 또 이렇게 갈라서게 된 것"이라고 했다.뀬 朴대통령 "난 친박계 만든 적 없다" 박근혜 대통령은 26일 새누리당 총선 참패가 친박계 등 계파 갈등에서 비롯된 게 아니냐는 지적과 관련, "내가 친박을 만든 적은 없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친박이라는 말 자체가 특히 선거 때 자기 선거 마케팅으로 자신들이 그렇게 만들어갖고 친박이라고 그랬다가 탈박이라고 그랬다가 짤박이라고 그랬다가 별별 이야기를 다 만들어내면서 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 대통령은 "난 거기에 관여하지도 않았다"며 "예를 들어 19대 국회 때 전혀 협조를 안 해 주고 계속 반대 목소리만 낸 사람도 대통령 사진 마케팅을 하면서 다녔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그러면서 "친박이라 것 자체가, '박'자가 들어간 자체가 다 자신의 정치를 위한 선거 마케팅에서 만들어내고 나온 이야기다. 그렇기 때문에 그걸 갖고 없애라 마라, 그런다고 될 일도 아니다"며 "앞으로 정치인들이 마케팅보다는 국민과의 신뢰를 지키면서 신념의 정치를 해 나가야 한다"고 했다. 이인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