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군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포대가 배치될 지역으로 경북 칠곡(왜관)이 유력하게 검토되는 것으로 알려져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경북 칠곡 배치설에는 주한미군의 핵심 시설 보호, 유사시 미군 증원 전력의 신속한 전개 등 군사적 효용성 등이 고려돼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경북 지역에는 대구(캠프 워커)와 칠곡 왜관(캠프 캐럴)에 주한미군 핵심 기지가 있다. 또 한반도 유사시 증원되는 미군 전력은 부산항으로 들어와 대구 일대의 주한미군 기지를 거쳐 전방으로 이동하는 만큼 이 지역 방어는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북한은 지난 3월11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인민군 전략군 탄도 로켓(미사일) 발사 훈련 참관 소식을 전하면서 서울과 부산 등 국내 주요 도시를 겨냥하는 '전략군 화력 타격 계획'이라는 제목의 지도 사진을 공개한 바 있다. 당시 노동신문은 "이번 탄도 로켓 발사훈련은 해외 침략 무력이 투입되는 적 지역의 항구들을 타격하는 것으로 가상해 목표 지역의 설정된 고도에서 핵전투부(탄두)를 폭발시키는 사격 방법으로 진행됐다"고 밝혔는데, 이에 대해 우리 군 당국은 부산항을 겨냥한 것이라고 분석했었다. 아울러 상대적으로 휴전선과 가까운 경기 평택이나 강원 원주 등에 사드 포대가 배치될 경우 북한이 이 지역을 초기에 타격할 수 있다는 점도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사드가 적 미사일에 대한 요격 능력을 발휘하기도 전에 집중 공격을 당해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이밖에도 경북 지역은 산악 지대가 많기 때문에 환경 영향이 상대적으로 덜하고, 다른 곳보다 인구가 적다는 것도 주요 근거로 작용했을 수 있다. 일부 군사전문가들은 사드 탐지 레이더를 효율적으로 이용하려면 서해안(평택)이나 동해안(원주)에 치우치지 않은 내륙 지역에 배치돼야 한다는 주장을 펴기도 한다. 반면, 사드 요격미사일의 최대 사거리가 200㎞인 만큼 칠곡에 배치될 경우 수도권 방어가 어렵다는 점은 한계로 꼽힌다. 칠곡에서 서울까지 거리는 200㎞가 넘기 때문에 서울과 수도권 북부 방어에 취약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5일 뉴시스와의 통화에서 "칠곡에서 서울까지의 거리는 220여㎞로, 한마디로 서울은 방어 구역에서 벗어나게 된다"면서 "사드가 수도권 및 중부권 방어 목적에서 남부권 방어 목적으로 바뀌는 듯하다. 북한의 지난 3월 '항구 타격 위협'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한민구 국방부 장관은 지난달 29일 국회 국방위원회에 출석해 "사드가 서울 방어에 도움이 된다고 얘기한 적 없다. 한반도 방어에 도움이 된다고 했을 뿐"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김 교수는 그러면서 "칠곡·왜관 지역은 포항, 부산, 대구로 이어지는 주한미군의 병참(兵站) 기지로 핵심 지역"이라며 "평택 지역에 사드가 배치될 경우 조기에 타격 대상이 될 수 있는 만큼 군사적 측면에서 볼 때 칠곡 배치설이 더 설득력이 있다"고 평가했다. 일각에서는 칠곡에 사드 포대가 배치될 경우 가뜩이나 영남권 신공항 사태로 TK(대구·경북) 지역 민심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정치적 후폭풍이 거셀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이로 인해 청와대의 막판 정치적 결단이 주요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