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와 지도부가 26일 오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가 확정된 경북 성주를 방문해 민심 달래기에 나선 가운데 성주 군민들이 군청 앞에 모여 '사드 배치'를 반대하며 시위를 벌였다. 경북 성주를 찾은 새누리당 원내지도부를 맞이 한 건 주민들의 곡소리였다. 빈 상여를 매고 상복까지 갖춰 입은 주민들은 새누리당 지도부가 탄 버스가 오전 11시께 성주군청을 향해 오자 곡을 시작했다. 500여 명의 주민은 "아이고" 하며 흐느꼈다. 일부는 주저 앉아 땅바닥을 치며 통곡했다. "성주군민 불쌍해서 어떡하노"라는 상여 소리꾼의 외침이 구슬픔을 더했다. 몇몇 주민들 손에는 '근조 새누리'라는 피켓이 영장처럼 들려있었고, 성주군청 주차장을 둘러싼 천막에는 정부와 새누리당, 박근혜 대통령을 규탄하는 플래카드가 빼곡했다.  군청 대회의실에서는 110여 명의 주민대표단이 새누리당 지도부와의 만남을 위해 기다리고 있었다. 오전 11시를 약간 넘겨 시작한 만남에서 정 원내대표는 "군청으로 오는 과정에서 지금 성주군민들의 심정이 어떤지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라며 "여러분 의견을 충분히 듣고 정부에 의견을 전달하겠다"고 말했다. 정 원내대표는 "아무리 국가 안보가 중요하다 해서 군민의 건강과 성주의 환경에 명백한 피해를 주거나 경제적 피해를 준다면 일방적으로 강요할 수 없다"는 원론적인 말도 보탰다.  그러면서 그는 이른바 '성주안전협의체' 구성을 제안했다. 성주군민과 정부, 지자체, 미군 등이 참여하는 통합 대화채널을 구성하자는 게 정 원내대표의 구상이었다.정 원내대표는 사드 배치에 국회 비준 동의 절차를 거쳐달라는 주민들의 요구를 받아들일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사드 배치 원점 재검토를 당론으로 결정해달라는 요구도 정 원내대표는 "그렇게 해결될 사안이 아니다"고 딱 잘라 말했다.  대신 그는 성주 배치를 염두에 두고 실시하는 환경영향평가에 주민 대표들의 참여를 보장하겠다는 말로 성난 민심을 수습하려 했다. 김항곤 성주군수는 "우리 군민이 무슨 죄를 지었다고 전자파를 머리 위에 얹고 평생을 살아가란 말이냐"며 "오늘 눈으로 보고 귀로 들은 국민의 생생한 소리를 제발 대통령께 보고드려 최악지를 최적지로 발표한 이 엉터리 같은 국방부를 국회 차원에서 정신차리도록 만들어달라"고 요구했다.  이재동 성주군농민회장은 "통보할 때는 일방 통보하고 인제 와서 대화하자면 신뢰가 떨어진다"며 진정성에 의문을 표시했다. 특히 국방부에는 주민들의 성토가 이어졌다. 주민들은 국방부가 주민들과 지속적인 접촉을 시도하고 있다는 등 언론플레이를 한다며 꾸짖었고, 사드 관련 자료도 숨기고 있다고 비판했다. 황희종 국방부 기획조정실장은 사드 배치 결정을 앞두고 한·미 정부가 실시한 입지 선정 시뮬레이션 결과를 공개하라는 요구에 "권한이 없다"고 답했다. 곧바로 주민 대표 사이에서는 "그럼 여기 뭐하러 왔나"는 야유가 쏟아졌다. 새누리당 지도부의 성주 주민 의견 청취는 명확한 결론을 내리지 못한 채 낮 12시 20분께 끝을 맺었다. 성주군청 밖은 새누리당 지도부를 기다리고 있던 주민들과 취재진이 엉키며 혼란스러워졌다. 그러자 사복을 입은 경찰들은 새누리당 지도부의 주변을 에워싸고 근접 경호를 펼쳤다. 이날 성주군청 주변에 배치된 경찰병력만 2000여 명이었다. 비폭력을 다짐해온 주민들이 오히려 경찰들에게 "왜 폭력을 행사하느냐"며 거세게 따지는 모습도 곳곳에서 보였다. 이런 혼란 속에서 재빠르게 버스에 탑승한 새누리당 지도부는 길가로 늘어선 경찰들의 보호를 받으며 성주군을 벗어났다. 이날 성주 방문에는 김광림 정책위의장, 김도읍 원내수석부대표, 김명연 김정재 원내대변인, 이완영 의원 등이 함께했다. 정부 측에서는 오균 국무조정실 1차장, 황인무 국방부 차관이 동행했다. 이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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