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중국에서는 새로운 '상인(商人)그룹'을 지칭하는 용어가 생겼다. 바로 '유상(儒商)'이 그것이다. 이는 유교의 철학적 사유, 유교적 가치를 몸에 지니고 있는 '상인' 혹은 '기업인' 그룹을 일컫는 것이다. 중국은 전통적으로 북송(北宋)의 악비(岳飛)와 같이 진충보국(盡忠報國)의 유장(儒將)이 있었다. 또,인술(仁術)을 베푸는 유의(儒醫)가 있었으며, 공자문화의 유상(儒商)인 '자공'이 있었다. 자공은 유상의 전형적인 원형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자공은 국제정세에도 매우 밝은 외교가이면서 동시에 대규모 상단을 이끌고 당시 제후국의 유력자들과 대등하게 거래를 하였다. 사적으로는 공자 및 공자사단(孔子社團)의 핵심적인 재정 후원자였다. 우리는 주나라의 '주(周)'와 진시황의 나라 '진(秦)'이라는 그림문자인 한자의 자형에서도 알 수 있듯이, 고대 중국은 원래 농경사회에서 성장하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리하여 알다시피 이미 오래전에 '상인'이라는 호칭이 등장했지만 상업주의는 특히 주(周)대부터 시작하여 유교문화에 억눌려 장사꾼 취급을 받았으며 '천상(賤商)', '간상(奸商)'으로 불려 졌었다. 오늘날의 시각으로 본다면 위대한 '차이나머천트'가 되기 위해 갖추어야 할 덕목들이라고 할 수 있는 능수능란함과 이익 추구 등의 요소들이 당시에는 '천함'과 '간사함'으로 여겨졌던 것이다. 지금 북경 천안문 광장 앞의 치옌먼(前門) 후퉁(胡同) 전통시장에는 맹자(孟子)의 후손이 창업한 루이푸샹(瑞福商)이라는 '비단포목점'이 있다. 그는 장사 길로 들어서면서 맹자 집안자손의 자격을 잃게 되었었다. 그에 관한 이야기는 90년대 중국 TV연속극으로도 만들어져 많은 인기를 얻었었다. 조조와 사마중달의 위진(魏晉) 시대에 상인은 신발도 오른쪽과 왼쪽을 다르게 신게 함으로써 신분상의 차이를 분명하게 드러나게 하면서 천시하였다. 몇 년 전이었든가, 어떤 여학생이 신발 양쪽을 다르게 신고 수업에 왔었다. 나는 그때 그것이 유행이었던 것을 모르고 아침에 급해서 신발을 잘 못 신고 나온 줄 알고 친절하게(?) 일깨워 준 적이 있었다. 신발 한 켤레가 세 짝으로 이루어져 그 중 두 짝은 같은 모양으로 다른 한 짝만 색깔과 무늬가 달라서 필요에 따라 바꿔 신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위진 시대였다면 이런 유행(?)은 상상도 못 할 일이었을 것이다. 또한 중국에는 매우 특수한 '관상(官商)'이라는 사회적 그룹이 역사적으로 존재해왔었다. 이들은 관료도 아니고 그렇다고 상인도 아니지만 정치권력과 결탁하여 대단한 막후 권력을 행사하는 특수 집단이었다. 즉 관(官)과 상(商)의 합류로써 전통적으로 황제(皇帝)는 최대의 관상이었고 만주족 청(淸)나라의 황상(皇商)은 관상의 최대 극점이었다. 개혁개방이후 중국은 현대판 관상인 신(新)관상 경제엘리트 집단이 출현하여 많은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이들은 바로 우리 한국 기업인들이 의식해야하는 사회그룹이다. 뿐 만 아니라 중국은 전통적으로 상인과 무협소설 속에 등장하는 협객(俠客)을 동일한 부류로 간주하며 필요시 활용은 했지만 그러나 늘 경계하고 천시하였었다. 그들 두 계급은 밖으로 보기에는 아무런 관련도 없는 듯 보이지만 정신문화에는 많은 유사성을 가지고 있는데, 재미있게도 그것은 바로 모두 '신(信)'과 '의(義)'를 중시한다는 것이다. 많은 상인이 협객의 기질을 가지고 있고 적지 않은 협객 중에는 상업을 겸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일 것이다. 이렇듯 역사적으로 늘 그들의 역할에 비해 상응한 대우를 받지 못하고 심지어는 천시를 받았던 상인과 상업주의는 북송(北宋) 학자 정지도(鄭至道)의 공상개본(工商皆本)의 제기로 변화가 생기기 시작하였다. 즉 '사농공상(士農工商)' 이 네 가지 직업계층은 모두 백성들의 근본 업(業)에 해당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자면 수공업의 공인과 교역무역에 종사하는 상인도 학문을 하여 작위를 얻고 봉록을 받는 사(士)계급과 농업에 종사하는 농민계급과 마찬가지로 백성들 삶의 근본이며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렇게 송대(宋代)의 서민문화 탄생과 함께 상업 문화 신 패러다임이 생기면서 상인들도 중시를 받고 상업문화도 흥기 발전하기 시작하였던 것이다. 앞에서 이미 언급하였듯이 중국은 관상(官商) 및 간상(奸商)등과 차원을 달리하는 모범적인 상인모델로서 유상을 내세우며 자본주의 정신과 유학을 융합하려는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 즉 유상(儒商)의 상인정신과 기업 관리 정신을 사회주의 정신문명을 건설하기 위한 정신적 지주로 삼고, 정치와 경제의 조화를 이루려는 근거로 삼으려는 시도인 것이다. 이는 90년대 중화문화권인 대륙을 비롯하여 홍콩, 타이완, 싱가폴 등 에서 논의되기 시작하여 지금은 유상학(儒商學)으로까지 발전·연구 되고 있다. 중국은 개혁개방이후 경제가 급성장하면서 암시장, 짝퉁 생산 등 건전한 경제 질서를 흩트리는 새로운 간상(奸商)의 출현을 통제할 근본적인 방법이 필요했다. 2001년 WTO가입으로 글로벌 스탠더드에 편입하기 위해서는 그에 걸 맞는 기업가 상(像)과 기업가 정신이 필요했던 것이다. 전통에서 살 길의 지혜를 모색한 것이다. 물론 이러한 제의가 나름 중국 비즈니스의 경험이 풍부한 우리 기업가들의 공감을 얻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지만 말이다. 대한민국은 아직도 '사드배치'로 야기될 중국 발 경제 후폭풍에 여전히 마음 조리고 있다. 대구의 치맥페스티벌의 중국 칭다오(靑島)시 불참 통보는 중국의 경제보복의 시작이라고들 한다. 또 티베트의 달라이라마가 방문했던 나라에 대해서 중국은 어김없이 경제보복조치를 했다는 것을 잊지 말라고 한다. 그리고 우리정부에게는 사드배치 결정 전에 그에 대한 철저한 대비가 없었음을 질책하고 원망하고 있다. '시끌' 하고 '벅적' 하다. 지금 이 시점에 중국 정부는 바로 그 유상의 정신을 상기하면서 대륙의 꿈을 좀 더 통 크게 호방하게 써야 진정 대륙굴기(大陸 起)가 이루어지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도교, 불교, 특히 유교에 기반한 아시아적 생태문명정신과 도덕적인 힘과 가치를 중국이 실천하기 바라며 '역지사지(易地思之)'의 말도 아울러 함께 들려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