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코르와트가 있는 캄보디아 '씨엠립'은 경주시와 깊은 인연이 있다. 지난 2006년 '앙코르-경주세계문화엑스포 2006'이 펼쳐져 신라문화의 세계화의 본격적인 발판을 만들었다. 또 동남아시아의 불교문화유적 중 최대 규모를 자랑하고 전 세계의 석조문화 중 가장 빼어난 유물이 남아있어 경주가 역사문화 관광산업을 일으키는데 중요한 모범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최근 방문한 씨엠립은 과거 10년 전과는 다르게 상전벽해의 변화를 거듭하고 있다는 점을 발견했다. 앙코르 유적은 원래 그대로지만 앙코르 유적 탐방의 전진기지가 되는 씨엠립 시가지가의 지도가 완전히 바뀌었다는 것이다. 10여 년 전만 하더라도 전형적인 역사문화도시의 소박하고 고요함을 간직하던 시가지에 여행자들의 편의시설이 즐비하게 들어섰고 밤새워 여행자들이 먹고 마시고 즐기는 거리 '펍스트리트'가 시가지 중심에 자리잡고 있었다. 본격적인 관광산업에 눈을 뜬 캄보디아의 입장에서 본다면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세계 최대의 환락가인 태국 파타야의 '워킹스트리트'와 별단 다르지 않게 보여 객관적인 시각으로는 염려가 됐다. 전형적인 고고학 유적인 앙코르 사원군을 품고 있는 씨엠립에 그런 환락시설이 들어서도 되느냐 마느냐는 것은 동전의 양면과 같은 논리다. 지역민들은 밀려오는 여행자들이 떨구고 가는 달러를 주수입원으로 삼고 있으니 여행자들이 지갑을 더 많이 열게 유도하는 것은 생존의 전략이다. 하지만 씨엠립의 정체성은 오도가도 없이 사라지고 세계 여느 관광지와 다를 바가 없는 유흥가들이 속속 들어서고 있는 현실이 과연 장기적인 안목으로 옳으냐는 비판도 당연한 시각이다. 경주가 가지고 있는 관광 인프라는 세계적인 수준이다. 그러나 아직 그 보물들은 진가를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결국 여행자들을 경주로 끌어들이는 일이 중요한데 그러려면 당연히 여행자 편의시설을 대폭 확보해야 한다. 숙소와 식당, 볼거리와 즐길거리를 늘려야 여행자들의 입소문을 타게 되고 두둑한 지갑을 든 여행자들이 몰려온다. 하지만 씨엠립의 무분별한 발전은 중요한 교훈이 된다. 밤새 클럽에서 음악이 터져 흐르고 여행자들이 술에 취해 거리를 배회하는 모습을 그대로 옮긴다면 지역민들과의 갈등은 불 보듯 뻔하다. 물론 경주의 관광산업 개발 계획이 씨엠립의 전철을 되밟지는 않겠지만 하나 둘 유사 시설이 들어서면 둑이 무너지고 만다. 관광산업 발전계획에 장기적인 마스터플랜과 점잖은 시각이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상문(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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