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지기들과 경산의 어느 주점에서 평소 '관심 밖'이었던 풍수(風水)와 지명(地名) 유래 이야기로 몇 시간을 보낸 적이 있다. 문외한이라 주로 듣기만 했지만 재미있었다. 헤어지면서는 각기 특정 지역(마을)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기' 숙제를 풀어 다시 모이기로 했다. 내게 돌아온 숙제의 마을은 경북 경산시의 '상방동(上方洞)'이었다.  경산시청과 경산문화원 등에 들러 자료를 찾아보고 관계 문헌들을 뒤져봐도 만족할 만한 성과를 얻지 못했다. '상방(上方)'은 향교(鄕校)가 있었던 마을이라 붙여진 이름이며, 예부터 상방동에는 양반들이 모여 살았고, '서당골'이라고 불렸다고 한다. 양반들로는 달성서씨, 청주한씨, 진산진씨 등이 살았고, 실제 이들이 세운 서당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부자들이 살았다는 사실은 전해오는 이야기에서도 유추해볼 수 있다. 이곳을 '비단전'이라고 부르기도 한 건 옛날 부자였던 진씨들이 이곳에서 남천면 협석리 알봉마을까지 비단을 깔고 상여가 지나갔다는 말이 전하기 때문이다. 그 긴 거리를 비단을 깔고 상여가 지나가도록 했다는 건 여간 부자로는 엄두도 못 낼 일이지 않은가. 이 마을에는 예부터 동제를 지내던 강당이 있었고, 신교동에서 건너오는 길인 '비틀길'이 있었다는 사실 등도 알게 됐다. 그중 가장 흥미로는 건 상방동이 경산에서 가장 먼저 주민들이 거주한 곳이었다는 점이었다. 게다가 이 마을이 '마빼이'나 '마빵'으로 불리었다니 요지였을 거라는 짐작을 할 수 있었다. '마빼이'라는 말은 '역원'이라는 뜻을 담고 있으며, 역원이 있었다면 교통요충지로 많은 사람들이 지나다가 묵는 곳이기 때문이다.  지금 이곳은 1989년 경산읍이 시로 승격되면서 삼남동, 서상동, 신교동, 백천동 등과 함께 편입돼 남부동으로 개편됐다고 한다. 시대를 한참 거슬러 오르면 몇 차례나 개칭되기도 했다고 한다. 조선조 선조 때 경산현 현내면에 속했고, 고종 32년(1895)지방 조직 개편으로 경산근 읍내면 소속이었다. 다시 그 이후 1914년 부군 통폐합 때 행정구역 변경으로 경산군 경산읍에 소속됐던 것으로 알려진다. 경상도가 경주와 상주, 전라도가 전주와 나주, 강원도가 강릉과 원주의 앞자를 따서 만든 도 이름임을 모르는 사람들도 적잖겠지만, 아마도 지금 이곳에 사는 사람들이 상방동의 유래를 아는 사람이 어느 정도나 될는지 모르겠다. 시대의 흐름은 엄청난 지각변동을 가져오게 마련이기 때문이다.  상방동에 대해서는 '박재락(문화재전문위원)의 풍수미학―풍수에 따라 복도 달라진다'는 글을 읽게 되면서 '천군만마'를 얻은 기분이었다. 상방동은 안동의 하회마을처럼 풍수적으로 부(富), 귀(貴), 손(孫)의 번성과 부귀겸전의 발복과 연관이 있는 형국인 '연화부수형(蓮花浮水形)'의 터라는 것이다. 연화부수형은 연꽃이 물에 떠 있는 모습처럼 터 주변으로 물길이 형성돼 흐르고 주변의 산세(山勢)가 원형을 이루듯이 에워싸고 있는 입지를 말한다.  상방동은 문필봉을 이룬 백자산과 그곳에서 발원한 계류수가 남천을 이루면서 흐르고, 물길 건너편에는 성암산이 자리 잡고 있다. 그러니까 백자산의 문필봉, 좌선지맥의 금형체와 토형체, 성암산의 봉우리가 상방동을 감싸고 있으며, 오른편의 남천은 구곡수 형태로 흐르면서 연화부수의 터에 물기를 유입시켜주는 명당수 역할을 할 뿐 아니라 남천은 백자산 정기를 머금고 흐르고 있어 발복이 지속적으로 이어지게 한다(박재락)는 것이다.  대구 유니버시아드로에서 경산 삼성현로를 따라 신도심권이 형성되면서 이 지역이 대구 수성구 생활권 주거지로 각광을 받는다는 기사도 보인다. 도심에 인접해 있으면서도 현대적으로 개발이 되지 않다가 근래에 이 일대가 새롭게 떠오르는 건 당연해 보인다. 옛 전통이 그러하듯이 상방동은 뒤늦게나마 옛 명성을 되찾게 될는지도 모를 일이다. 상방동의 일부 빈터 맞은편에는 경북체육중고등학교가 있고, 바로 옆에는 경산중앙병원이 자리 잡고 있으며 곧 주거지로 개발될 모양이지만, '도로가 주거지를 바꾼다'는 말이 새삼 실감난다.  시대와 세월도 마찬가지 느낌을 안겨준다. 인근에 대구스타디움, 대구미술관,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 등 문화체육시설이 잇따라 들어서는 데다 수십 개의 등산로를 거느리는 성암산, 산책하기 좋은 남천은 힐링생활권으로도 관심을 모으게 될 것으로 보인다. 한담 자리에서의 숙제를 풀다보니 나도 모르게 '상방동 예찬자'가 돼버린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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